"사법행정위 위원장 인사청문회 거쳐야"…민주당,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 발의
사법개혁을 둘러싼 여야 갈등 지형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법행정 체계 전면 손질에 나섰다. 법원행정처 폐지와 법관 징계 강화, 전관예우 차단을 골자로 한 법안 발의가 예고되면서 사법부 권한 구조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테스크포스는 2일 법원조직법·변호사법·법관징계법 개정안을 3일 국회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패키지 형태의 이른바 사법행정 개혁 3법으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대신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원회는 법원의 인사, 징계, 예산, 회계 등 사법행정 사무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자리 매김한다. 지금까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외부가 참여하는 합의제 기구로 이관하는 구조다.
사법행정위원회는 장관급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3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전현직 법관이 아닌 위원 가운데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입법부의 검증 절차를 거쳐 사법행정 수장을 임명하도록 한 점에서 사법부 민주적 통제 장치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 13명 가운데 3명은 상임위원으로 두며, 이 중 1명은 법관이 맡고 2명은 법관·검사가 아닌 위원이 맡도록 했다. 위원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 연임을 허용하되, 위원장과 공무원 신분 위원은 연임을 금지하는 규정을 뒀다. 장기 재직을 통한 권한 고착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법관 인사권 운용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임명, 보직, 전보, 평정, 연임 등 주요 법관 인사에 관해 사법행정위원회가 먼저 심의·의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법원장이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대법원장 단독 재량을 줄이고 합의제 심사를 거치도록 한 구조다.
법관 징계 제도는 처벌 수위와 절차 모두에서 강화됐다. 개정안은 법관에 대한 정직 처분 상한을 현행 1년 이하에서 2년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법관징계위원회 구성도 법관 4명·외부 인사 3명에서 법관 3명·외부 인사 4명으로 바꾸도록 했다. 외부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가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한 셈이다.
법원 내부 감찰 기능도 대폭 손질된다. 현행 윤리감사관 직제는 감찰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법원 출신이 아닌 인사가 맡도록 했다. 감찰 사안에는 법관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받는 행위 등 구체적인 비위 유형을 포함했다.
정년 전 사직을 통한 사실상 면책 관행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개정안은 사직을 신청한 법관이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됐거나 수사기관의 조사·감찰을 받는 중이고, 그 사유가 징계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사직을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또 탄핵 소추나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법관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관련 절차가 끝날 때까지 임기를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각급 법원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법안은 각급 법원에 소속 판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판사회의를 두도록 했다. 각급 법원장은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후보 중에서 사법행정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해, 법원장 임명 과정에 일선 판사와 사법행정위원회가 연쇄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전관예우 차단을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퇴직한 대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5년 동안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과거 재직 기관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테스크포스 단장인 전현희 전 위원장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고 사법행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것이 개혁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란종식과 사법개혁에 마침표를 찍을 사법행정 개혁안이 연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판사·검사가 법을 고의로 왜곡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사법 책임성 강화를 표방한 일련의 입법이 연쇄적으로 추진되는 흐름이다.
다만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와 법원행정처 폐지, 법관 징계 강화 등은 사법부 독립과 민주적 통제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법원과 법원 내부, 야당의 견해와 우려가 어떻게 제기될지에 따라 법안의 최종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계엄 선포 1년을 계기로 내란전담재판부와 사법행정 개혁 3법을 밀어붙이면서 정국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와 추가 상임위 논의를 통해 사법행정 개혁안의 세부 조항을 조율할 예정이며, 정부와 사법부는 입법 과정에 참여해 헌법상 사법부 독립 원칙과의 조화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