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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부 플랫폼 도입”…중앙대의료원, 정기 캠페인으로 병원 혁신 모색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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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후원 관리와 데이터 기반 사회공헌이 병원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중앙대의료원이 연말 기부 캠페인을 통해 축적한 후원 데이터를 향후 연구와 교육, 환자 경험 개선 설계에 연동할 계획을 내놓으면서다. 의료계에서는 병원 정보 시스템과 연계된 기부 관리 플랫폼이 정착될 경우, 단순 모금이 아닌 지속 가능한 디지털 기부 인프라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대학교의료원은 1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연말 기부 캠페인 올해의 마지막, 기부로 향기롭게를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중앙대병원과 중앙대광명병원 두 거점 병원을 순차적으로 잇는 릴레이 방식으로 기획됐으며, 환자와 의료진, 내원객이 모두 참여하는 병원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의료원은 캠페인으로 조성된 후원금과 참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향후 디지털 기부 플랫폼 고도화에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캠페인 구조의 핵심은 병원 내 온·오프라인 접점을 모두 활용해 참여 장벽을 낮추는 방식에 있다. 병원 현장에서는 오프라인 모금과 체험형 이벤트를 운영하고, 병원 정보 시스템을 통해 후원 내역과 사용처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후원 흐름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향후 병원 내 AI 분석과 디지털 헬스 서비스 설계 과정에도 간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완구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소아 환자 케어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레고코리아는 4500만원 상당 레고 12종 590개를, 한립토이스는 1800만원 상당 교육용 완구 31종 498개를 기탁해 총 200여 명의 어린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병원이 보유한 소아 환자군 데이터와 병실·치유 환경 정보를 바탕으로 연령대와 치료 특성을 고려한 선물 배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환자 상태와 연계된 맞춤형 디지털 치유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병원 내원객과 교직원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행사 기간 중앙대의료원은 총 7억원 규모 후원금 약정을 이끌어냈다. 의료원 측은 이 자금이 환자 진료 질 향상을 위한 연구와 교육, 의료진 역량 강화 프로그램, 환자 경험 개선 프로젝트 등에 우선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과제 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사용처를 추적하면, 기부가 실제 임상 연구 성과나 진료 프로세스 개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암 환우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중앙대병원과 중앙대광명병원은 아워홈 후원을 받아 연말연시를 병원에서 보내는 입원 환우들에게 케이크를 전달했으며, 중앙대광명병원에서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DJ 라이브 공연도 열었다. 의료진에게는 고부담 진료 환경 속에서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비임상적 지원이 제공됐고, 환자에게는 입원 중 정서적 안정과 회복 의지를 높이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비약물적 치유 프로그램이 향후 디지털 치료제, 원격 심리지원 솔루션과 결합될 경우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포트폴리오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글로벌 의료 기관들은 이미 기부와 연구·교육, 디지털 헬스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주요 대학병원들은 기부금과 데이터 플랫폼 투자를 결합해 정밀의료, AI 진단, 원격 중환자 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 유럽권 대학병원도 기부 기반 펀드를 통해 디지털 병원 전환 프로젝트, 전자의무기록 업그레이드, 바이오뱅크와 연구 데이터 센터 구축 비용을 충당해왔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도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기부금의 일부를 정보 시스템 개선과 AI 헬스케어 도입에 투입하는 흐름이 확산되는 추세다.  

 

정책·제도 측면에서는 기부금 집행의 투명성과 공익성 제고가 점차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병원 기부금이 연구와 교육, 환자 지원 등에 쓰이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적정성 문제가 함께 제기될 수 있어서다. 후원 내역과 사용 결과를 디지털 시스템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환자 정보와 연계된 민감 데이터가 처리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데이터 비식별화와 접근권한 통제 등 보안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추세다.  

 

중앙대의료원은 이번 연말 캠페인을 계기로 가정의 달과 연말에 정기 기부 캠페인을 이어가며 함께의 가치를 고유 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앙대의료원이 기부금 운영과 사용처 공개를 디지털 플랫폼 형태로 고도화할 경우, 병원 브랜드 신뢰도뿐 아니라 연구·교육·디지털 헬스 인프라 구축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와 IT 업계는 기부와 데이터, 디지털 헬스가 맞물린 새로운 병원 혁신 모델로 발전할지 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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