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로 국방 AX 가속…방위산업 패러다임 전환 주목
국가 차원의 대형 인공지능 모델을 앞세운 국방 인공지능 전환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국가대표 AI를 국방과 제조·에너지 등 전 산업에 적용해 AX로 불리는 인공지능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능형 지휘통제, 무인·자율 무기체계, 국방 운영 자동화 등 군 전 영역을 AI 기반 구조로 바꾸고, 민간의 AI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을 방산 분야에 대거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 축으로 떠오른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구상이 국방과 제조를 동시에 묶는 새로운 AI 공급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3일 국방 AI 생태계 발전포럼을 계기로 국방·산업 분야 AX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네 부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통 기반으로 삼아 국방과 산업 전반 AX 혁신, 국방 AI 기술 수요 발굴 및 실증, 국방 연구개발 인프라 공동 활용, AI 핵심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국방·산업·공공 분야 활용, AI 인재 양성까지 포괄하는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이번에 협약의 근간이 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초거대 언어·멀티모달 모델과 같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작업에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모델을 뜻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글로벌 수준의 국가대표 AI를 1차 개발해 공개 오픈소스로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규모 GPU 인프라를 결합해, 국방용 특화 모델 학습과 방산·제조·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도메인별 세부 모델을 연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개별 무기체계나 장비 단위에서 진행되던 국방 디지털화의 한계를 넘어서, 전력 운용·전투 준비 태세·군수·행정까지 아우르는 통합 AX를 지향하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국방 영역에서는 이미 AI 기반 지능형 지휘통제 체계, 무인 정찰·공격 드론과 자율 항해 함정, 군수 물류 자동화, 사이버 방어 자동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대표 AI가 마련되면, 이러한 개별 시스템의 인지·판단 알고리즘을 공통 모델 위에서 통합 최적화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비용 절감, 알고리즘 재사용성 측면에서 효율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에너지 분야에서는 스마트팩토리 공정 최적화, 에너지 수요 예측, 스마트 그리드 제어 등에서 AI가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국방 AX와의 연계를 통해 민군겸용 AI 솔루션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 기반 국방 혁신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은 합동 모든 도메인 지휘통제, 자율 무인 전력, 데이터 중심 작전 개념을 통해 AI를 전투 개념의 핵심으로 끌어올리고 있고, 민간 빅테크와 방산 스타트업이 국방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도 무인 전력과 정보전에서 AI 활용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의 이번 국방 AX 전략은 초거대 AI를 공통 인프라로 삼아 방위산업과 제조업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어,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AI 기반 성능과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약으로 네 부처는 AX 핵심 기술 확보부터 국방 분야 실증, 산업 적용, 스타트업·중소기업 확산에 이르는 연속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게 됐다. 국방 연구개발 시험장, 실사격장, 모의훈련 시스템 등 국방 R&D 인프라를 민간 AI 기업과 공유해 실증 기회를 늘리고, 방산·제조 분야에서 검증된 AI 기술을 국방 운영 전반으로 역수입하는 구조도 구상하고 있다. 동시에 AI 인재 양성을 위해 국방 특화 AI 교육, 민군 겸용 커리큘럼, 현장 실습 연계 프로그램 확대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올라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을 통해 연말까지 1차 모델을 개발·확보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확보될 GPU 인프라와 모델을 기반으로 국방과 산업 전반의 AX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방 분야 AI 전환을 국방력을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고, 관계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첨단강군으로 도약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AI와 제조, 국방의 삼각축을 연결해 제조 AX와 연계된 민군겸용 기술 개발 수요를 발굴하겠다고 밝혔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방 AX 수요와 스타트업의 AX 역량을 결합해 양축에서 활약할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임문영 상근 부위원장은 AI가 산업·사회 전반과 국가 안보 영역까지 근본적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라고 지적하며, 국방 전 분야에 AI를 신속히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기술 특성에 맞는 획득 제도와 보안, 데이터 관리 체계를 현실화하고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됐다. 산업계와 국방 당국은 국가대표 AI를 중심으로 한 국방 AX 전략이 실제 전력 향상과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 발전 속도에 맞는 제도와 윤리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