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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공조 회의, 외교당국 간 공감대"…외교부, 정동영 발언에 우회 반박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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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협의 주도권을 두고 외교부와 통일부 간 미묘한 긴장 기류가 형성됐다. 한미 대북정책 공조 회의 추진을 둘러싼 발언을 계기로, 어느 부처가 협의의 전면에 설지에 대한 해석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11일 한미 외교당국 간 대북정책 공조 회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대북정책 협의의 주체를 통일부로 규정한 데 대해 즉각적인 정면 반박은 피하면서도, 외교당국 간 소통을 강조하며 외교부의 역할을 부각한 셈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유관 부처 장관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국과 미국은 그간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외교당국 간에 이러한 소통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례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데 양국 간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 발언은 정 장관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북정책 공조 회의를 한미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 틀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가 주축이 된 협의 구조를 상정하면서, 통일부의 '협의 주체' 주장과는 거리를 둔 셈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대북정책 공조 회의의 구체적 참여 범위를 두고 여지를 남겼다. 이 당국자는 통일부 등 다른 부처가 회의에 동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세부 사항 관련해서는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며 "필요한 부분은 다른 부처와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정책 협력이 부처 간 조율을 전제로 하되, 기본 채널은 외교당국이 쥐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에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북정책 공조 회의와 관련해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으로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국내 주권 사안으로 규정하고, 한미 간 협의에서도 통일부가 전면에 서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정 장관의 언급과 외교부의 해명 사이에는 관할권을 둘러싼 시각 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 장관은 한반도 정책을 중심축으로 한 남북관계 관리 부처의 위상을 강조한 반면, 외교부는 미국과의 정책 공조를 다루는 외교 채널의 연속성과 제도화를 상기시키며 외교당국 간 협의 구조를 우선시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 대북정책 공조를 둘러싼 부처 간 조율이 향후 남북관계 및 북핵 대응 전략의 일관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부처 간 조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대북정책 공조 회의의 구체적인 틀과 참여 범위는 향후 한미 협의 과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 외교당국 협의를 중심으로 대북정책 공조 회의의 정례화 여부와 참여 부처 구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대북정책 협의 구조를 두고 외교부와 통일부의 역할 배분을 주시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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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정동영#대북정책공조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