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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넷플릭스 연계 지도·멤버십, 외식 플랫폼 경쟁 촉발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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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알고리즘과 위치 기반 서비스가 결합한 외식 플랫폼 경쟁이 한층 과열되는 분위기다. 네이버가 글로벌 OTT와 손잡고 예능 IP와 지도, 멤버십을 연계한 콜라보 이벤트에 나서며, 온라인 콘텐츠 소비를 오프라인 식당 방문으로 이어가는 데이터·트래픽 선순환 구조를 노린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구독 기반 결제, 지역 상권 광고, 커머스까지 아우르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5일, 1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편성 일정에 맞춰 네이버 지도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연동한 네넷 이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IP에 출연하는 셰프들의 실제 식당 정보를 지도 서비스에 구조화해 보여주고, 멤버십 가입자 대상 오프라인 다이닝 초대권까지 제공하는 방식이다. 단순 마케팅을 넘어 OTT 시청 데이터와 위치·결제 데이터를 결집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네이버 지도 앱에서는 흑백요리사2 출연 셰프들의 식당을 모아 보는 저장리스트 기능을 선보인다. 5일 공개된 1차 리스트에는 미슐랭 2스타 셰프 이준을 포함해 손종원, 레이먼킴 등 약 30명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이 담겼다. 사용자는 지도 앱에서 리스트를 저장한 뒤 주변 탐색과 길찾기를 연계해 실제 방문으로 이어갈 수 있다. 18일부터는 시즌2 전체 출연진이 운영 중인 식당 정보가 추가되며 데이터셋이 확장된다.

 

시즌2 출연진 외에도 시즌1에 출연한 최현석, 여경래,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중식 여신 박은영 등 10여 명 셰프가 추천하는 비밀 맛집 리스트를 네이버 지도 단독 콘텐츠로 제공한다. 방송 출연 셰프들의 전문성과 팬덤을 활용해 기존 광고형 맛집 정보와 차별화된 큐레이션 데이터 자산을 확보하려는 구도다. 셰프 추천 정보는 플랫폼 입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리뷰 소스로 활용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알고리즘 추천의 가중치 데이터로도 축적될 수 있다.

 

네이버는 인기 셰프들의 단골 식당과 숨은 맛집을 지도 앱 내 발견 탭에 배치해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탐색을 유도한다. 이용자는 메뉴, 주차 정보, 리뷰 등 세부 정보를 확인하고, 예약 기능까지 앱 안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지도, 검색, 예약, 결제를 한 채널에 모으겠다는 슈퍼앱 전략이 외식 카테고리에서 강화되는 셈이다. 지역 상권 입장에서는 네이버 지도 노출이 사실상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어, 이러한 특화 리스트가 매출과 광고 집행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구독 기반 수익 모델을 키우고 있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넷플릭스의 연계도 눈에 띈다. 네이버는 9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디지털 콘텐츠 선택 옵션에서 넷플릭스를 고른 신규 가입자, 기존 이용자 가운데 이벤트 참여 신청자 10명을 뽑아 흑백요리사2 출연 셰프가 직접 준비한 식사 초대권을 제공한다. 멤버십과 OTT를 묶은 결합 상품에 체험형 혜택을 더해 구독 유지율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벤트 신청자 중 1000명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5000점을 추첨 지급한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생태계 내 결제 인프라로, 포인트 지급은 외식 결제나 온라인 쇼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도 장치다. 사용자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며 셰프와 식당을 인지하고, 네이버 지도를 통해 매장을 탐색한 뒤,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다층 구조 동선이 만들어진다. 데이터 측면에서 네이버는 콘텐츠 취향, 위치 정보, 결제 내역을 연계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플랫폼들이 콘텐츠와 로컬 서비스를 결합해 체류 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배달, 지도, OTT, 결제가 한 번에 통합된 구독 모델이 등장했고, 일부 국가는 규제 당국이 초독점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지도와 검색, 결제가 한 회사의 계열 서비스 안에 집중되는 구조가 심화하는 만큼, 공정 경쟁과 데이터 활용 범위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흑백요리사 사례처럼 방송 예능과 IT 플랫폼이 결합하는 구조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 기반 외식 추천, 지역 관광 활성화, 로컬 상권 분석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날수록 수수료, 광고비 부담과 알고리즘 노출 편중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협업 모델이 콘텐츠와 로컬 서비스, 결제를 묶는 플랫폼 경쟁의 다음 단계로 자리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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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네이버플러스멤버십#흑백요리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