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ADR 상장 검토 공시”…SK하이닉스, 자사주 활용한 기업가치 제고 카드 만지작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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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둘러싼 보도가 나온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 예탁증서 ADR 상장 여부를 포함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향후 재공시 시점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쏠릴 전망이다.

 

10일 SK하이닉스는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보유 자사주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보도와 관련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사주를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 자사주 美 ADR 상장 검토 공시…“현재까지 확정된 사항 없다”
SK하이닉스, 자사주 美 ADR 상장 검토 공시…“현재까지 확정된 사항 없다”

SK하이닉스는 동시에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혀 향후 검토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공시가 이뤄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조회공시는 같은 날 SK하이닉스가 보유 자사주를 미국 시장에서 주식예탁증서 ADR 형태로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진행됐다.

 

예탁증서 DR은 국내 기업 주식을 해외 증시에 상장해 유통하기 위해 발행하는 대체 증권으로, 해외 투자자가 원주를 직접 매매하지 않고도 현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기업이 자사 주식을 국내 보관기관에 예치하면 이를 담보로 해외 예탁기관이 예탁증서를 발행해 해외 시장에서 매매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발행되는 예탁증서는 미국예탁증서 ADR로 불린다. 미국 증시에 ADR이 상장될 경우 현지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거래 규모 확대를 통한 유동성 제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상장·투자 유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보유 자사주를 ADR 형태로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마이크론과 보다 유사한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직접 매수·매도가 가능해지면 글로벌 기관과 개인의 투자 저변이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서는 특히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 PER 측면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간 밸류에이션 격차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 약 11배 수준에 머무는 반면, 마이크론은 약 29배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메모리 업종 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저평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 자사주의 미국 ADR 상장 검토가 현실화할 경우 이른바 밸류에이션 갭을 줄일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또 글로벌 투자 수요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실제 추진 여부와 구체적 구조는 향후 재공시 내용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ADR 상장과 같은 자본시장 전략이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흐름과 맞물릴 경우, 주가 리레이팅의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구체적 조건과 규모,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3자 배정 여부, 자사주 활용 방식, 기존 주주가치 희석 문제 등 세부 구조가 향후 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SK하이닉스의 자사주 활용 전략과 미국 ADR 상장 검토 방향은 글로벌 메모리 사이클, 반도체 수요 회복 속도, 미국 자본시장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예고한 향후 재공시 시점과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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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adr#마이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