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ETF 자금 유입에도 시세 제자리걸음”…리플 XRP, OTC 매수 전략에 상승 탄력 제약 전망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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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0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시장에서 리플 XRP(엑스알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음에도 가격이 즉각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TF 운용사가 공개 거래소가 아닌 장외거래(Over-the-Counter, OTC)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면서 시장 시세와 체감 수급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36크립토(36crypto)에 따르면, 비트와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맷 호건(Matt Hougan)은 리플 XRP ETF로 유입된 자금이 곧바로 시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운용사의 매수 방식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시간으로 30일 보도에서 그는 비트와이즈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공개 시장 매수 대신 OTC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와이즈는 대량 매수 시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켓메이커를 통한 장외거래를 이용한다. (사진=톱스타뉴스)
비트와이즈는 대량 매수 시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켓메이커를 통한 장외거래를 이용한다. (사진=톱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플 XRP ETF로 1억 달러(약 1,443억 원) 규모 자금이 들어올 경우, 비트와이즈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직접 리플 XRP를 사들이지 않는다. 대신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나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등 대형 마켓메이커에 견적을 요청해 일괄 매수하는 방식을 택한다. 거래소 호가를 그대로 밀어 올리는 시장가 매수가 아닌, 비공개 블록딜에 가까운 구조다.

 

비트와이즈는 서스퀘하나(Susquehanna), 맥쿼리 은행(Macquarie Bank) 등 주요 기관 마켓메이커들에게 대량 매수 물량에 대한 최적 호가 제출을 요구하고,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곳과 가격 협상을 거쳐 거래를 확정한다. 이후 확보한 리플 XRP는 비트와이즈의 수탁 기관(Custodian)으로 전송돼 ETF 기초자산으로 편입된다. 이 과정 전체가 장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격에는 즉각적인 매수 압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외신들은 이 같은 OTC 전략이 ETF 자금 유입과 시세 움직임 사이의 단절을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대형 매수 주문이 거래소 오더북에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급등·급락을 사전에 차단하고, 장세를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제도권 운용사의 위험 관리 관행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가상자산이 기관 투자자 유입 확대와 함께 전통 금융 시스템에 편입되는 흐름 속에서, 변동성 완화는 규제 당국과 기관 투자가 모두에게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구조는 투자자에게 더 완만한 가격 흐름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 시세 상승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답답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ETF 설정·환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수요가 거래소 체결 기록에 즉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체감되는 매수세와 가격 움직임이 어긋나는 현상이 빈번히 나타난다. 장외에서 진행된 대량 거래는 블록체인 상 이체 기록으로만 드러날 뿐, 주문 호가에는 직접적인 압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OTC 거래가 단기 급등을 억제하는 것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마켓메이커가 비트와이즈 등 운용사에 넘긴 리플 XRP 물량을 다시 채워 넣는 과정에서 시차를 둔 매수 수요가 현물 시장에 분산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고 재조정(Re-balancing) 단계에서 마켓메이커는 다양한 거래소와 장외 네트워크에서 점진적으로 물량을 사들이며 포지션을 관리한다.

 

또한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리플 XRP의 유통 가능한 매도 물량 일부가 장기 보관 성격의 ETF 구조 안에 묶이게 된다. 이 과정은 단기적인 수급 왜곡은 작게 유지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부족에 따른 하방 경직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동성이 낮아지는 대신, 급락 구간에서 매수 방어력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ETF 운용사의 OTC 활용이 가격 안정성이라는 명분 아래 상방 잠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ETF에 새로 유입된 자금이 곧바로 호가를 밀어올리지 않는 만큼, 뚜렷한 재료가 없을 때는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박스권 장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제도권 머니의 지속적인 유입과 함께 파생상품 시장, 대출·담보 생태계가 연동될 경우, 보다 구조적인 수요 기반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동시에 제기된다.

 

리플 XRP ETF를 둘러싼 이번 논의는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 중심 투기장에서 기관 중심 자산군으로 재편되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ETF 운용사와 마켓메이커의 재고 관리 전략, 파생상품 시장의 헤지 수요, 현·선물 차익거래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가격 변동은 줄어들고 대신 계단식 등락과 완만한 추세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리플 XRP ETF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질 경우, 단기 급등보다는 점진적 상승이나 하방 경직성 강화 형태로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순한 유입 규모뿐 아니라 마켓메이커의 재고 운용과 OTC·거래소 간 유동성 이동 패턴이 실제 시세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가상자산 시장 참가자들은 장외거래 중심의 ETF 구조가 XRP 가격 형성 메커니즘에 어떤 중장기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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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xrp#비트와이즈#otc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