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공공 R&D, 일상속 성과로"…과기정통부, 확산 대전 가속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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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연구개발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과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모아 전시하고, 기업 수요와 연결하는 장을 마련하면서다. 연구실에서 축적된 기초·원천 연구 결과를 IT와 바이오를 포함한 전 산업의 혁신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공공 재원이 투입된 연구개발의 회수율을 높이는 한편, 기술창업과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도 해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2025 공공연구 성과 확산 대전을 열고,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우수 연구성과를 산업계와 공유했다고 밝혔다. IT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술, 바이오 헬스케어 플랫폼, 친환경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성과물이 기술 사업화 사례와 함께 전시됐고, 실험실 창업을 통해 회사로 분사된 연구팀의 성장 과정도 소개됐다. 과기정통부는 매년 성과 확산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추세이며, 올해 행사는 공공 기술 이전과 스타트업 연계 비중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슬로건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으로 기술 주도 성장을 으로 정해졌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보고, 위험을 감수한 도전을 통해 파괴적 혁신을 끌어내겠다는 정책 기조가 반영된 표현이다. 특히 딥러닝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차세대 통신 반도체 설계처럼 불확실성이 큰 분야에서는 수차례 실험 실패가 누적돼야 경쟁력 있는 알고리즘과 설계 자산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실패 허용 범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올해 공공연구 성과 확산 대전은 기술 사업화 성과 전시, 실험실 창업 우수사례 공유, 기업 수요와 대학·출연연 보유 기술 매칭, 과학기술실용화 경진대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다루는 종합 행사로 구성됐다. 기술 사업화 전시는 실제 제품과 시연을 중심으로 구성돼,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한 의료 영상 판독 보조 도구, 저전력 사물인터넷 센서 칩,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 등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사례들이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은 논문과 특허 중심의 전통적인 성과 평가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결과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실험실 창업 우수사례 세션에서는 대학 연구실과 출연연 과제를 기반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규제 대응,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 경험을 공유해 초기 창업자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AI 기반 제약 플랫폼, 차세대 진단키트, 디지털 치료제 등 IT와 바이오 융합 영역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공 연구기관이 해당 분야의 기술 파이프라인을 일정 부분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연구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해야, 국내 정밀의료와 바이오 인프라 경쟁력이 견인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수요와 공공 연구 성과를 연결하는 기술 매칭 프로그램도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제조, 의료, 통신, 에너지 기업 등이 필요 기술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대학·출연연 기술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특히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유전체 분석, 신약 합성 공정, 바이오 인포매틱스 플랫폼 등 고도화된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공공 연구기관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통로 확보가 중요하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공정 최적화 알고리즘, 차세대 소재 특성 분석 데이터베이스 등 연구 성과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만큼, 이런 매칭이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술 내재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과학기술실용화 경진대회는 공공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기획을 겨루는 형태로 진행됐다. 참가팀은 기술 설명과 함께 목표 시장, 수익 구조, 확장 전략 등을 제시해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의 평가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대학·연구기관 중심의 기술 경진대회가 벤처 투자와 기술 이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만큼, 국내에서도 유사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일회성 경진대회를 넘어, 후속 보육 프로그램과 장기적 자금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건으로 지적된다.

 

공공연구 성과 확산에 공헌한 개인 14명과 단체 3곳에 대한 유공자 표창도 수여됐다. 수상자는 기술 이전 계약 체결, 창업 지원, 지역 중소기업과의 협력 프로젝트 등에서 성과를 낸 연구자와 기관 담당자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포상을 통해 사업화와 기술 확산에 적극 나서는 연구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연구자가 산업계 협력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인사와 성과 보상에 반영돼야 공공 R&D의 실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공감 118 릴레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연구현장 간담회를 진행하며 연구자, 창업가, 투자자의 의견을 수집해왔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행사에서 그동안 공감 118 릴레이 현장 간담회를 통해 연구자와 창업가, 투자자들의 생생한 고민을 들어왔다며 이날 행사 의견들도 꼼꼼히 챙겨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연구 성과 확산 대전 역시 이런 현장 의견을 반영해, 규제 개선 수요나 실험실 창업 제도 보완 과제 등을 발굴하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는 미국 국립보건원과 유럽연합 연구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기초 연구 단계에서부터 산업 연계를 염두에 둔 트랜스레이셔널 리서치가 보편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유전체 정밀의료, 첨단 반도체 공정 등 기술 집약 분야에서 공공 연구성과를 민간 기업과 공유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공공연구 성과 확산 대전과 같은 행사가 정례화된다면, 공공 R&D를 출발점으로 한 기술·인재·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어느 정도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공 연구성과의 전시와 매칭을 넘어, 기술 이전 계약 구조 개선, 지식재산권 수익 배분,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의약품 설계처럼 규제와 윤리 이슈가 얽힌 분야에서는 시험 데이터 활용 범위, 환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검증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산업 확산이 가속될 수 있다. 산업계는 이번 공공연구 성과 확산 대전이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에 안착하는 기술과 기업을 얼마나 배출할지 주시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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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공연구성과확산대전#공감118릴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