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300만원 여론조사비 대납”...오세훈 기소에 정치자금법 위반 공방 격화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둘러싸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맞섰다.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수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로 이어지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인물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로, 특검은 세 사람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비용을 둘러싼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연루됐다고 판단했다.

특검에 따르면 오 시장은 당시 보궐선거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는 대신, 오래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가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오 시장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은 오 시장의 지시에 따라 명 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설문지 작성과 조사 진행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명태균 씨는 2021년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공표용 여론조사 3회, 비공표용 여론조사 7회 등 총 10회의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실무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맡았고, 이 연구소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업체로 특검은 파악했다.
여론조사 비용은 오 시장의 개인 자금이나 공식 선거자금이 아니라, 후원자 김한정 씨를 통해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김 씨가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 사이 다섯 차례에 걸쳐 총 3천300만원을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 씨 측에 건넨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을 정치자금법상 불법 기부로 규정했다. 선거 캠프와 사실상 연계된 여론조사 비용을 제3자가 부담하는 행위는 정치자금 제공으로 봐야 하고, 법에서 정한 절차와 한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비용을 받고 조사를 수행한 명태균 씨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의자로 전환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명 씨는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을 일곱 차례 만났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당시 오 시장이 선거 국면에서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며, 여론조사가 오 시장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오 시장은 명 씨의 주장 전반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결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고,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 김한정 씨가 납부한 과정에도 본인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 오 시장과 명 씨는 특검 사무실에 함께 출석해 약 8시간 동안 대질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양측 모두 기존 진술을 굽히지 않은 채 서로 상반된 주장을 반복했고, 특검 역시 양측 진술과 자금 흐름 자료를 종합한 끝에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비용을 직접 낸 김한정 씨 역시 오 시장 선거캠프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명태균 씨를 돕는 과정에서, 명 씨가 추천한 오세훈 시장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사비를 들였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은 자금의 실제 목적과 사용처, 선거 준비 과정에서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김 씨의 행위를 선거 관련 정치자금 제공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 시장, 강 전 부시장, 김 씨를 모두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오세훈 시장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특검이 법과 양심을 저버리고 민주당 하명에 따라 정해진 기소를 강행했다"며 "제대로 된 증거가 단 하나도 없는 무리한 짜맞추기 기소"라고 비판했다. 민중기 특검 수사가 야당의 정치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직격한 셈이다.
오 시장은 또 "명태균의 여론조사는 대부분 여론조사라고 간주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조작된 가짜였고, 이로 인해 명 씨는 사기범죄로 고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특검의 기소가 이재명 정권을 위한 상납 기소, 정치공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치적 의도를 거듭 제기했다.
명태균 씨와 관련한 별도의 형사 고소 사건이 진행 중인 만큼, 여론조사 신빙성 논란과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가 향후 법정에서 동시에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론조사 자체가 조작된 것인지, 설령 조사가 부실했다 하더라도 비용 대납 구조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별도의 법리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선 오 시장에 대한 기소가 야권발 정국 주도 시도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야당은 오 시장을 둘러싼 자금 의혹을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의 관계까지 엮어 공세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다만 구체적 여야 반응은 특검 발표 이후 각 당 논평과 향후 국회 일정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과거 여론조사와 자금 흐름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내년 이후 선거 국면에서도 정치자금 투명성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판단에 따라 정치자금법 적용 범위와 선거캠프 외곽 후원 행위의 회색지대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재정립될 수 있다.
이날 특검 수사와 기소로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은 1차 수사 단계에서 일단락됐지만, 본격적인 공방의 무대는 법정으로 옮겨졌다. 정치권은 특검의 기소와 오세훈 시장의 강경 대응을 두고 또 한 차례 충돌을 예고하고 있으며, 재판부 판단에 따라 향후 여론과 정국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정치자금 관리와 선거 여론조사 제도 개선 요구에 직면할 경우 관련 입법과 제도 정비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