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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사 따라 미식에 취하다”…순천의 고요와 달콤함 걷는 하루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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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계획할 때, 소란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풍경과 맛있는 음식, 느린 시간을 원한다면 순천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큰 명소 없이 조용한 도시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고즈넉한 산사와 미식이 일상처럼 녹아든 곳이 됐다.

 

순천을 찾는 발걸음에는 계절의 감성이 녹아 있다. 특히 가을이면 물든 조계산 능선을 따라 걷는 이들이 늘어난다. 산을 오르는 동안 붉은 단풍과 노랗게 물든 숲길이 이어지고, 송광사의 은은한 풍경이 함께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흔들리던 마음을 다독이고 마음 한구석을 채운다. SNS에는 “잠깐 모든 걸 잊고 싶어 찾은 곳, 그대로 머무르고 싶었다”는 산행 인증도 종종 등장한다.

조계산 송광사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조계산 송광사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여행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 순천시는 최근 들어 연향동, 해룡면 등 신도심 곳곳에 개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가 생기며, 지역 맛집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로 지역 소상공인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순천의 맛집·카페 방문객은 3년 사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가을이면 산과 마을, 식당을 연계한 소규모 식도락 여행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조계산 등산 뒤 허기진 몸으로 향할만한 미식 공간도 다양하다. 코우텐동은 부드러운 밥 위에 바삭한 튀김이 어우러진 텐동 한 그릇으로 입소문을 탔다. 신선한 재료와 깔끔한 인테리어가 더해져,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라 느꼈다는 방문 후기를 남긴 이들도 많다. 도심에서는 파티시에 자매가 직접 디저트를 만드는 유자몽과, 낡은 구옥을 개조해 소품샵까지 곁들인 구디스 파이 같은 공간이 여행자의 이정표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취향의 로컬리티’라고 부른다. 김은진 여행 칼럼니스트는 “산사와 골목, 디저트 카페를 잇는 순천 여행은 단순 관광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임을 강조했다. “고요하고 섬세한 순간에 집중할수록 일상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내려놓는다”고도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같은 순천인데, 한 번도 몰랐던 공간과 맛을 만났다”, “혼자서도, 가족과 함께도 천천히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친 마음을 안고 순천에 다녀온 A씨(34)는 “날씨와 커피, 조용한 산사까지, 작지만 분명한 휴식이 있어서 다시 가고 싶다”고 전했다.

 

짧은 산책, 한 끼 식사, 달콤한 디저트. 사소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그 안에서 내 일상이 천천히 바뀐다. 순천의 가을길을 걷는 오늘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건, ‘좋아서 찾고 머무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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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조계산#코우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