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국민의힘 추경호 재판 24일 시작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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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과 사법 판단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서면서, 당시 국회 대응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4부 한성진 부장판사는 24일을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첫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추 의원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한 심리 절차에 착수한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증거조사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통상 서류 중심으로 진행되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추 의원이 실제 법정에 나올지는 변호인단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국면에서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계엄 유지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추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반복 변경하는 방식으로 의원들의 본회의 참여를 막았다고 보고 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추 의원은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다시 국회로, 이어 다시 당사로 옮기는 식으로 세 차례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고,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재석 190명 전원이 찬성해 재석 190명·찬성 190명으로 가결됐으나, 거대 야당 중심의 표결이라는 점을 두고 여야 간 해석이 엇갈려 왔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추 의원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국회 운영에 대한 최고 책임을 가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유지 의사를 조기에 꺾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무장한 군인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는 상황을 목도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 행사를 조직적으로 지연시키거나 무력화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모 관계와 지시 체계, 당시 여당 내부 논의 과정 등에 대해서는 공판 과정에서 양측의 치열한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특검팀은 추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당시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의자 신분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바뀐 만큼, 추 의원 측은 혐의 전면 부인을 포함한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는 재판 개시를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와 그 후속 조치를 국헌 문란 시도로 규정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해 온 만큼, 추 의원 재판을 계엄 관련 진상 규명의 핵심 고리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당시 상황을 안보 위기 대응 조치라고 주장하며, 원내 운영 판단을 내란 범죄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 제기돼 왔다.

 

법원 판단은 향후 계엄 선포와 국회 통제 시도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원내대표의 행위가 내란 관련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국회 다수당 지도부의 사법적 책임 범위와 정치적 관행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쟁점 정리와 증거 신청 계획을 확인한 뒤, 정식 공판기일을 지정할 방침이다. 정치권은 추경호 의원 재판의 공방 양상을 주시하며 계엄 정국 책임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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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국민의힘#내란특별검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