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장중 시가총액 첫 500조원 돌파…정부 정책 기대에 중소형주 강세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이 정부의 자본시장 및 모험자본 활성화 기대를 바탕으로 4일 장중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지수 약세 전환으로 종가 기준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정책 기대와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그간 부진했던 코스닥과 중소형주 중심으로 수급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은 4일 장중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4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6월 11일 406조7천165억원 수준이었고, 이후 약 6개월 만에 장중 기준 500조원 고지를 터치한 셈이다. 다만 코스닥지수가 장중 상승 흐름을 반납하고 약세로 돌아서면서 마감 기준 시가총액은 499조2천41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간 반면,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6월 4일부터 10월 말까지 코스피가 48.24% 상승하는 동안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은 20.02%에 그쳤다. 코스피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성장주 시장인 코스닥이 대형주 중심 코스피에 비해 소외됐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코스닥이 사실상 코스피의 2군 시장으로 취급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엔씨소프트, 네이버, 셀트리온 등 현재 코스피 대형 종목으로 자리 잡은 기업 상당수가 코스닥에서 출발한 뒤 이전 상장을 통해 주력 시장을 옮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시장 참가자들은 코스닥 저평가 배경으로 높은 가격 변동성에 더해, 시장 특성을 보여줄 신규 혁신 기업 상장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어왔다. 변동성 리스크에 비해 성장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못해 기관과 장기 투자자의 관심을 충분히 끌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 이후 코스닥 수급과 투자심리는 눈에 띄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달 26일 877.32에서 4일 929.83까지 올라 5.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1.71%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최근에는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코스닥 강세 배경에는 정부의 코스닥 및 자본시장 관련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 투자자와 연기금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자, 코스닥으로 매수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포착됐다.
금융위원회는 설명자료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은 지속 검토 중이지만 코스닥시장 대책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정부가 코스닥을 포함한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실제로 논의 중이라는 점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책 시행 시점과 세부 내용이 불투명하지만, 방향성만으로도 코스닥 수급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는 평가다.
정부가 강조해 온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 기조도 코스닥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닥 시장은 혁신 벤처기업과 성장 단계 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모험자본 확대 정책과 직접 연결되는 시장으로 인식된다.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기술·바이오·2차전지 등 성장 업종 중심으로 상장과 증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과 확장 재정 기조가 시중 유동성 확대를 통해 코스닥 내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연말 키 맞추기 성격의 반등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코스피 대비 저조했던 수익률을 만회하려는 기관·개인 매수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5,000정책에 이어 코스닥 정책 동력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코스닥과 중소형주, 그리고 코스닥 비중이 큰 바이오와 2차전지 업종으로 수급이 이동하는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주 선호가 재부각되는 가운데 정책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는 업종으로 매기가 쏠리는 형태라는 해석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이 코스닥 체질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 성장주의 이전 상장이 이어질 경우, 코스닥이 혁신기업 시장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수와 시가총액 규모 확대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상징성 있는 대형 성장 기업을 코스닥에 얼마나 붙잡아 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공식 추진 중이다. 알테오젠은 9월 29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르면 8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상장이 성사될 경우 코스닥 시가총액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동이 예상된다.
올 초 코스피 이전 상장 신청을 철회했던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에코프로비엠 역시 재추진 가능성을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장주의 코스피 이동이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는 코스닥 지수와 시가총액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우량 성장 기업의 성장 무대가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고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정책 기대와 유동성 확대를 바탕으로 코스닥 수급이 개선되는 가운데, 대표 종목들의 유가증권시장 이동 추세가 어느 수준에서 진정될지가 코스닥 시장 위상 강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기업 시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함께 키워 나갈 수 있을지 향후 정책 방향과 상장 기업들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