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도시지역 교전훈련장비 수주…한컴라이프케어, 국방AI 확장 가속

박다해 기자
입력

도시전 전투를 가상으로 재현하는 과학화 훈련 장비가 육군 현장에 본격 투입될 전망이다. 소방과 방산, 안전 장비를 아우르는 한컴라이프케어가 도심 교전훈련체계 구축 사업을 확보하면서다. 실탄 없이도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해 병력 피해를 줄이면서도 전투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 국방 분야 디지털 전환과 훈련 패러다임 변화의 분기점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 수주가 국방 AI, 센서 네트워크, 시뮬레이션 기술이 융합되는 과학화 전투훈련 시장 경쟁을 한층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방위사업청과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약 121억원 규모의 도시지역 교전훈련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업 대상은 육군 과학화 훈련의 핵심으로 꼽히는 도심 환경 교전훈련체계이며, 계약 물량을 단계적으로 공급해 육군 부대의 훈련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공급될 도시지역 교전훈련장비는 현대전에서 비중이 커진 시가전 전용 과학화 훈련 인프라로, 실제 탄약을 쓰지 않고도 실전과 유사한 전투 상황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비는 각종 발사기와 감지기, 전지 조립체, 통합 훈련 제어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며, 전장 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개별 병력과 부대의 위치, 사격 명중 여부, 피격 상황 등을 즉시 파악하고 훈련 종료 후에는 데이터 기반 사후 평가와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기술적으로는 센서 네트워크와 무선 통신,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전장 상태를 가상 공간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기존 레이저 표적 장비 중심의 단편적 교전 훈련과 비교해, 병력 이동 동선과 교전 패턴까지 통합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한컴라이프케어 측은 “도심 골목, 건물 내부 등 복잡 지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교전 시나리오를 데이터로 축적해, 반복 훈련의 정확도와 몰입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 측면에서는 K계열 소총과 박격포, 기관총 등 육군이 운용 중인 주요 화기와의 호환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되 실탄 대신 훈련용 발사 장치와 감지기를 결합해, 병사가 실전과 같은 자세와 사격 감각을 유지하도록 설계한 구조다. 이 방식은 탄약 소모와 장비 파손 위험을 줄이면서도 전투 행동 양식은 현실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 당국의 수요가 큰 영역으로 꼽힌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이미 육군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체계로 알려진 KCTC 성능개량 사업에 핵심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며 국방 AI와 데이터 분석 역량을 쌓아왔다. 지난 10월에는 해당 KCTC 사업에서 국방 AI를 훈련 평가와 전장 상황 분석에 접목하는 작업에 참여했고, 이달 5일에는 약 185억원 규모의 K5 방독면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하반기에만 주요 국방 프로젝트를 연속 수주한 셈으로, 과학화 교전훈련과 개인 보호장비를 동시에 확보한 포트폴리오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지역 교전훈련장비 사업의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 회사는 KCTC 사업에서 축적한 시스템 통합 경험과 양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량 장비를 일정 기간 내에 공급하면서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까지 패키지로 제공해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전략도 검토 중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 방산 시장에서 훈련 시뮬레이터와 교전훈련체계는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수십 년에 걸친 서비스와 성능개량 사업으로 이어지는 분야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도시전 대비 과학화 훈련은 미군과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이미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미국, 유럽 방산 업체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AI 기반 전장 모의엔진을 적용한 차세대 훈련 솔루션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실제 도심 구조를 반영한 훈련장과 디지털 교전장비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어, 한컴라이프케어와 같은 민간 방산 기업의 역할 확대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영 한컴라이프케어 대표는 “도심 작전은 미래전에 대비한 핵심 영역으로, 이번 수주는 군의 훈련 환경 고도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수주 성과와 기술력 축적을 기반으로 국방 AI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1971년 설립된 한컴라이프케어는 공기호흡기와 방독면 등 안전 장비부터 과학화 교전훈련체계까지를 아우르는 국내 대표 개인 안전·국방 전문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도시지역 교전훈련장비 사업이 향후 국방 디지털 전환과 연동된 추가 프로젝트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컴라이프케어#도시지역교전훈련장비#kc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