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친구탭, 목록형 기본으로 회귀…선택형 피드로 수익·UX 절충
메신저 기반 슈퍼앱 경쟁이 무르익는 가운데 카카오톡이 핵심 진입 화면인 친구탭 UI를 석 달 만에 다시 손질했다. 카카오는 친구 목록 중심의 기존 구조를 기본값으로 복원하고, 논란을 낳았던 격자형 소셜 피드는 별도 탭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물러섰다. 관계 기반 피드로 광고와 콘텐츠 확장을 노리던 전략에 제동이 걸린 셈으로, 업계에서는 국민 메신저의 UX 실험 가능 폭이 다시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16일 카카오톡 25.11.0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친구탭에서 앱 실행 시 곧바로 친구 목록을 볼 수 있도록 순차 배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화면 상단에는 친구와 소식 두 개의 탭이 나뉘어 배치되고, 사용자는 필요에 따라 목록형 친구 화면과 피드형 소식 화면을 선택해 오갈 수 있다. 친구를 누르면 기존과 같은 세로 목록 UI가, 소식을 선택하면 지난 9월 도입한 격자형 피드가 노출된다.
이번 개편으로 친구탭은 사실상 원상 복귀 단계에 들어갔다. 카카오는 9월 친구탭을 인스타그램·틱톡과 유사한 소셜 피드 형태로 전면 개편하며 관계망 기반 콘텐츠 노출을 강화하는 실험에 나섰다. 친구들의 프로필, 게시물, 카카오 서비스 연동 콘텐츠를 격자형 카드 형태로 배치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와 커머스 유입을 동시에 늘리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메신저 이용자는 카카오톡을 연락처 검색과 빠른 대화 진입을 위한 도구로 인식해왔다. 피드 기반 구조로 전환되면서 친구 목록 접근 경로가 한 단계 늘어나고, 익숙한 스크롤 패턴이 깨지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번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앱스토어 리뷰에는 친구를 찾기 어려워졌다, 쓸데없는 화면이 기본으로 깔린다 등의 반응과 함께 1점 평가가 쏟아졌다.
카카오는 개편 일주일 만에 친구 목록 복원 계획을 알리며 진화에 나섰고, 이번 업데이트에서 목록형 UI를 공식 기본값으로 되돌렸다. 다만 격자형 피드 자체를 제거하지 않고, 소식 탭으로 분리해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UI 결정권을 플랫폼이 아닌 사용자에게 넘김으로써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향후 피드형 실험을 위한 최소한의 채널은 남겨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카카오톡의 서비스 성격을 다시 확인한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민 다수가 일상과 업무에 동시에 사용하는 메신저에서 첫 화면 UI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수준 문제가 아니라, 사용 습관과 서비스 신뢰도에 직접 연결된다. 특히 연락과 인증, 결제, 모빌리티 등 다수 기능이 카카오톡에 얹힌 구조에서 UX 혼선은 곧 그룹 전체 서비스 진입장벽과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 전략 측면에서는 카카오가 광고·콘텐츠 확장보다 안정성과 직관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쪽으로 방향을 조정한 것으로 읽힌다. 격자형 피드는 친구 관계를 기반으로 한 맞춤 노출, 쇼핑·게임·콘텐츠 연결 등 수익화 실험에 유리한 구조였지만, 선택형 UI 구조로 바뀌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분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식 탭을 직접 열어보는 이용자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번 해프닝은 카카오 내부 UX·서비스 전략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카카오는 최근 수년간 카카오톡을 그룹 서비스 유입의 관문이자 통합 광고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친구탭, 채널탭, 샵탭 등 진입 구조를 반복적으로 바꿔왔다. 그러나 핵심 기능 위에 지나치게 많은 실험을 얹을 경우, 이용자에게는 계속해서 불안정한 서비스로 기억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겪은 반발이 상기시켰다.
결국 카카오가 택한 해법은 선택권 확대다. 이용자 자율 설정에 기반한 UI 분기는 단기적으로 반발을 줄이고 이탈을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플랫폼이 서비스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이용자 의견에 밀려 한발 물러났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카카오톡을 소셜·커머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기존 청사진이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고와 커머스 확장 전략 관점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친구탭 피드는 관계 기반 추천과 노출을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타깃 광고·브랜드 콘텐츠·쇼핑 연계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겨냥했다. 그러나 선택형 UI에서는 피드를 열지 않는 다수 사용자에게는 어떤 실험도 도달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다. 카카오로서는 사용자 경험 안정성과 플랫폼 수익화 사이에서 절충안을 택한 결과로 해석된다.
메신저 기반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위챗, 왓츠앱 등도 수익화 영역을 넓히면서도 기본 대화 경험은 극도로 보수적으로 유지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카카오톡도 이번 경험을 계기로, 대규모 UI 변경 대신 기능 추가와 사용 행태 분석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실험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카카오톡 친구탭의 이번 회귀가 향후 국내 메신저 UX 전략의 보수화를 상징하는 신호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