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잘못이지만 시장이 뭘 해야 하나"…이장우, 12·3 계엄 책임론에 반발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공방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론이 다시 부상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계엄 조치 자체에는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계엄 당일 시장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에는 강하게 반발해 정치권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3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공유재산 임대료 감면 관련 시정 브리핑에서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당시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계엄 발동의 정당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을 문제 삼는 시선에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스스로의 과거를 언급하며 계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저도 1987년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3·4학년 때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사람"이라며 "계엄은 국가 천재지변이나 사변, 교전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조치로, 정치적인 문제로 계엄 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사유에 근거한 계엄 발동은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취지다.
그러나 그는 거대 정당의 책임도 함께 거론하며 정치권 전반을 향한 비판으로 목소리를 확장했다. 이 시장은 "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고 해서 협상과 타협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은 다수에 의한 폭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성숙해지려면 의회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해, 비상계엄 사태의 배경에 여야의 극한 대립과 다수당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관심이 쏠린 대목은 계엄 당일 이 시장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당시 이 시장이 시장이 주재해야 할 긴급회의를 부시장에게 맡기고 11시간 동안 종적을 감췄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구체적인 동선을 설명하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그날 새벽 언론사 조찬 모임이 있어서 취소 여부를 확인하고, 계엄 해제돼서 귀가한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내대표도 몰랐다는데, 씻고 나서 TV 틀어보니까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시장이 나와서 진두지휘하는 것이 더 문제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 정치권조차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 격한 대응을 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시장은 자신을 향한 정치적 공세라는 인식도 내비쳤다. 그는 "시정에 집중하고 싶어도 정치적으로 끌어당기려는 분들이 있다"고 말해, 계엄 관련 책임론 제기가 지방정치까지 확산되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나도 계엄령과 관련해서 사과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해, 계엄을 추진하거나 집행한 정치 세력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를 시사했다. 다만 사과를 요구하는 구체적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장우 시장의 발언은 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정치권 전반에서 책임 공방이 재점화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여야는 서로의 책임을 부각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역시 주민 안전과 행정의 최일선 책임자로서 위기 상황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이 시장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반면 여권과 보수 진영에서는 계엄 발동의 정치적 책임은 중앙정부와 군, 그리고 당시 국회 다수당에 집중돼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론 확대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이 시장의 발언이 향후 계엄 사태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논의 과정에서 또 다른 논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엄 선포 결정 구조와 보고 체계, 정보 공유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될 경우, 중앙과 지방 간 역할 분담, 보고 의무, 비상 시 통제 권한을 제도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대전시는 이날 브리핑의 원래 취지였던 공유재산 임대료 감면 문제와 별개로 계엄 관련 질의가 이어지면서, 시정 현안보다 중앙 정치 이슈에 이 시장의 발언이 더 주목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따라 향후 대전시의회와 지역 정치권에서도 이 시장의 계엄 대응을 놓고 추가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계엄 사태 1년을 계기로 관련 법제 정비와 책임 규명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어서,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비상 상황에서의 중앙·지방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