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위험은 같은데 지원은 차별"…정용래, 지방교부세 개정안에 반발
원자력 안전 부담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맞붙었다. 연구용 원자로를 둔 대전 유성구가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지원 대상에서 빠지자 형평성 논란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같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도 발전용 원전 소재지와 연구용 원자로 소재지 간 재정지원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대전 유성구는 10일 유성구청에서 제18차 유성구 원자력시설 민간환경감시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방사성폐기물 관리 현황과 연구용 원자로 가동 현황 등 지역 원자력 안전 현안을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회의에는 위원과 주민들이 참석해 최근 입법 예고된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주민들은 개정안에서 연구용 원자로 소재지인 유성구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주민은 회의에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다른 원전 지역과 같은 위험과 부담을 갖고 있는데도 연구용 원자로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방재 훈련, 비상대응 체계 유지 등 실질적 부담은 비슷한데 법적 분류만을 근거로 재정지원 여부를 가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성구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본원 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있다. 유성구 전역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 있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 보관량이 전국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사고 대비 체계 유지와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한 행정·재정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유성구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성구는 원자력 발전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방사능 안전 관련 국고지원 대상에서 빠져왔다. 원전 인근 지자체와 비교할 때 위험과 방재 책임은 비슷한데 지원은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돼 왔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계속 제기돼 왔다.
유성구와 지역 정치권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을 시도해왔다. 구와 정치권은 원자력 시설이 소재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도 정부 재정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연구용 원자로는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내용은 지난해 지방재정법 개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이어 최근 마련된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도 유성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그동안 지원을 받지 못했던 전라북도 고창군과 부안군, 강원도 삼척시, 경상남도 양산시 등 원전 인근 4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새로 포함됐다. 일부 미지원 지자체가 대상에 올라선 만큼 지역 불균형이 일정 부분 해소된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연구용 원자로 소재지인 유성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게 됐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은 연구용 원자로와 발전용 원전 간 지원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구청장은 "발전용 원전과 국가 과학기술 발전,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등 공익을 위해 가동하고 있는 연구용 원자로의 방재 부담은 서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관리하는 지자체는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유성구는 민간환경감시위원회와 연계해 방사능 안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관련 법령 정비를 재차 촉구할 계획이다. 국회는 향후 지방재정 관련 법·시행규칙 논의 과정에서 연구용 원자로 소재 지역의 지원 필요성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