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지건설 27 급등”…주택공급 본부 출범·대형 수주에 품절주 효과 겹쳤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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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건설 주가가 정부의 주택공급 전담 조직 출범과 대형 수주 계약 효과가 맞물리며 급등하고 있다. 건설업 전반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책 수혜 기대와 실적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가 자극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소형 건설주의 높은 탄력성과 품절주 특성이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해석한다. 향후 정부 주택정책의 실제 집행 속도에 따라 건설·부동산 시장 전반의 수혜 범위가 갈릴 전망이다.

 

30일 오후 12시 27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전 거래일보다 27.07 오른 1만 3,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하루 63만 주 수준이던 거래량은 이날 장중 이미 435만 주를 넘어서며 약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단순 단기 반등을 넘어 대규모 손바뀜과 함께 추세 전환을 시도하는 흐름으로 시장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상지건설은 정부 주택공급 정책 강화와 대규모 수주 계약에 힘입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상지건설 현장 전경.
▲ 상지건설은 정부 주택공급 정책 강화와 대규모 수주 계약에 힘입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상지건설 현장 전경.

주가 흐름을 보면 상지건설은 지난 12월 11일 1만 4,850원까지 오른 뒤 약 2주간 조정을 거치며 12월 29일 1만 270원까지 밀렸다. 이후 이날 대량 거래를 동반하며 1만 3,000원 선을 단숨에 회복, 직전 조정 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단기 바닥 확인 기대감이 커지며 단기 매수세가 추가 유입되는 양상이다.

 

정책 모멘텀은 국토교통부의 조직 개편에서 비롯됐다. 국토부는 수도권 135만 호 공급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실장급 전담 조직인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공급 계획을 선언하는 수준을 넘어 전담 조직 구성과 책임자 보강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주택사업 인허가와 발주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중장기 공급 파이 확대가 건설 수주 회복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측면의 재료도 겹쳤다. 상지건설은 최근 전북 임실군과 약 89억 6,000만 원 규모의 정주활력센터 건립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 공시에 따르면 해당 계약 규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약 44 수준이다. 공공 발주 성격의 프로젝트인 만큼 공사 진행에 따라 매출 인식이 이뤄질 경우 실적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책 수혜 기대와 함께 실제 수주 실적이 확보된 점이 테마성 단기 급등과 차별화되는 부분으로 거론된다.

 

수급 구조를 보면 품절주 효과가 두드러진다. 상지건설 상장주식수는 약 682만 주로, 시장에서 통상 1,000만 주 미만 종목에 붙는 품절주 범주에 속한다. 유통 물량이 많지 않아 특정 이슈 발생 시 제한된 매도 공급 속에 적은 매수 물량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출렁이기 쉽다. 이날 급등 역시 제한된 매도 잔량 위로 매수 주문이 빠르게 쌓이면서 호가 공백이 확대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수급 주체별로는 온도 차가 있다. 최근 10거래일 기준 외국인은 12월 26일 하루에만 약 14만 주를 순매도하는 등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가 이 물량을 대부분 받아내면서 단기적으로는 개인 중심의 랠리가 전개되고 있다. 향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오버행 우려가 재차 불거질 수 있어 추세 전환의 지속 가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해도 상지건설의 움직임은 뚜렷이 디커플링되는 양상이다. 현대건설, GS건설 등 시가총액 상위 건설주는 이날 각각 0.71, 2.38 상승하는 데 그치며 강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반면 시가총액 약 891억 원 수준의 소형주인 상지건설은 20 후반대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금리 부담과 분양 리스크를 감안해 업황 개선을 천천히 반영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상지건설이 정책 이슈에 선제적으로 반응하며 단기 대장주 역할을 하는 구도다.

 

기초 체력을 감안한 점검도 필요하다. 상지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88.3 급감한 204억 원 수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공사 지연, 원가 부담 등이 실적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임실 정주활력센터 공사처럼 단일 계약으로 지난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수주를 확보한 점은 실적 반등의 전제 조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추가 공공·민간 수주가 이어질 경우 이익 체력이 회복되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변동성 관리가 관건으로 꼽힌다. 상지건설은 단기 급등에 따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하락 폭 역시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개인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수급 구조도 조정 시 투자 심리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택 공급 로드맵이 실제 착공과 발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정책 뉴스에 따른 단기 추격 매수보다는 수급 주체 변화와 1만 3,000원대 가격대 안착 여부를 점검하는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상지건설 주가와 건설 섹터 전반의 흐름은 정부 주택 공급 일정, 금리 수준, 분양 시장 회복 속도 등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후 본격화될 인허가·발주 추이를 주시하며 건설주 투자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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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건설#국토교통부#주택공급추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