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금값 7일 연속 우상향”…완화 기대·고환율에 안전자산 선호 강화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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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값이 연준의 통화 완화 기대와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불안에 힘입어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국제 금 시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되며 매수세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금리 인하 속도와 환율 변동성이 금값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8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금 1돈(3.75g) 시세는 778,500원으로, 전일 776,775원에서 1,725원, 0.2% 상승했다. 국제 금 시세가 같은 기간 1,285원, 0.2% 하락하며 일시적 조정을 받은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최근 7일간 추이를 보면 12월 10일 750,675원에서 출발해 15일 773,775원을 거쳐 이날까지 전반적인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다. 현 시세는 최근 1주일 평균보다 12,809원, 1.7% 높고, 30일 평균 대비로는 31,740원, 4.3% 높은 수준이다.

[분석] 연준 완화 기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견인한 국내외 금값의 우상향 기조 (금값시세) (ⓒ톱스타뉴스)
[분석] 연준 완화 기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견인한 국내외 금값의 우상향 기조 (금값시세) (ⓒ톱스타뉴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골드 시황은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음에도 미 연준의 통화 완화 기대와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바탕으로 온스당 4,340달러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 연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최근 노동시장 냉각 신호를 근거로 향후 금리가 1%가량 낮아질 수 있다는 비둘기파적 견해를 내놓으면서 금값은 10월 기록한 역대급 고점에 근접한 상황이다.

 

지정학적 변수도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 대상 베네수엘라 선박에 대한 완전 봉쇄를 지시한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 포기 의사가 없음을 재차 시사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재점화됐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1,480원선을 수성하려는 당국의 방어 의지가 환율 흐름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한 1,478원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고환율 상황을 두고 금융위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우려스러운 위기로 규정하며 엄중한 대비 태세를 강조한 점은 시장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외환 당국이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를 가동해 상단을 제어하는 한편, 연내 결제를 서두르는 기업들의 실수요와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환전 수요가 하단을 지지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국내 금값을 자극하는 구조가 형성된 모습이다.

 

USA GOLD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진전 소식으로 안전자산 프리미엄 일부가 희석되면서 은 시장 등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반면 카자흐스탄과 브라질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꾸준히 금을 매입하면서 달러 대체자산으로서 금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 수요가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발표될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주요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가늠할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더 강화될 경우 금값 추가 상승 여지도 거론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되돌림 가능성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실물자산 비중을 확대하려는 수요를 전제로 5∼10% 수준의 가격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은을 포함한 다른 귀금속 시장의 변동성도 주목해야 할 지표로 꼽힌다. 은은 산업적 수요와 금융투자 수요가 충돌하는 특성상 경기와 금리, 지정학 이슈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 방향이 물가와 고용, 환율 등 주요 지표의 흐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면서, 투자자들에게는 금리·환율 리스크를 감안한 분산투자와 보수적 레버리지 운용을 주문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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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금값#미연준#원달러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