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조달러 기업가치 현실화 가능성”…머스크의 스페이스X, 내년 IPO 추진에 글로벌 자본시장 촉각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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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0일, 미국(USA)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가 내년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상장이 성사될 경우 기업가치가 최대 1조5천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돼, 미국 IPO 시장과 빅테크·우주·AI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내년 중후반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경영진과 자문단이 시장 여건에 따라 상장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300억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며, 이 경우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의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가 기록한 약 290억달러 공모 이후 사상 최대 규모 IPO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 내년 IPO 추진…기업가치 최대 1조5천억달러 거론
‘스페이스X’ 내년 IPO 추진…기업가치 최대 1조5천억달러 거론

로이터 통신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내년 6∼7월 상장을 목표로 주요 투자은행들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상장 과정에서 250억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최소 1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모 규모와 밸류에이션은 향후 투자 수요와 시장 환경에 따라 조정될 여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측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확보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개발과 이를 떠받칠 반도체 칩 대량 구매에 투입될 전망이다. 위성 네트워크와 우주 인프라를 활용해 인공지능(AI) 연산과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는 차세대 인프라 구축이 핵심 투자 방향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우주 공간에 분산된 데이터센터가 에너지 효율과 보안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기술·규제 리스크에 대한 경계도 공존한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의 올해 연간 매출을 약 15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면서, 내년에는 220억∼240억달러 범위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 성장의 대부분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은 상장 이후에도 위성통신 사업이 스페이스X 수익 구조의 중심축을 이룰 것이라며, 발사 서비스와 함께 위성 인터넷이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 구성을 보면, 초기부터 스페이스X에 자금을 공급해온 장기 투자자로 피터 틸가 설립한 벤처캐피털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와 발로르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가 꼽힌다. 이와 함께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ty)와 알파벳(Alphabet) 산하 구글(Google)도 주요 투자사로 참여해 빅테크·금융 자본이 결집한 대표 유니콘으로 평가돼 왔다.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보도 내용을 사실상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머스크는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IT 매체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의 우주항공 전문기자 에릭 버거의 분석 기사 게시물에 “늘 그렇듯이, 에릭이 정확하다”고 답글을 남겼다.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이 발언을 내년 IPO 추진 계획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버거 기자는 칼럼에서 블룸버그와 로이터가 보도한 내년 IPO 추진 내용을 정리하며, 스페이스X와 창립자 머스크가 그동안 고수해온 비상장 전략에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 상장에 부정적이던 기존 입장을 수정한 배경으로 AI 기술을 우주공학에 접목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수요,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 화성 탐사용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 개발 속도 제고 필요성을 꼽았다.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 발사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히며 수익 기반을 넓혀왔다. 특히 스타링크는 지구 전역에 위성 인터넷을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 모델을 앞세워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분쟁 지역과 오지 통신망 구축, 해상·항공 통신 시장까지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이 같은 고성장 사업 모델이 상장 시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글로벌 통신사와 주요 경제 매체들은 스페이스X가 계획대로 초대형 IPO를 성사할 경우 미국 IPO 시장 전반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몇 년간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위축됐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 신규 상장 흐름에 다시 유동성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셈이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이 성공하면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며 다른 대형 비상장 기술기업들의 상장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AI 업계 대표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역시 내년 증시 상장 가능성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 여부와 성과가 이들 AI·우주·테크 유니콘 기업들의 자본시장 진입 속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붐과 우주 산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성장 산업 전반이 공모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정보업체 머저마켓(Mergermarket)의 주식시장 책임자 사무엘 커는 “이 모든 거래가 성사된다면, 올해 이미 싹이 트기 시작한 미국 IPO 시장이 진정한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기술·AI 기업들의 연쇄 상장이 미국 자본시장 회복 흐름을 뒷받침하면서, 나스닥 중심의 성장주 재평가와 글로벌 자금 재배치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 규제 당국과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상장 추진이 가져올 기술·안보·경쟁 정책 이슈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성통신과 우주 발사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민간 기업이 초거대 자본을 등에 업게 될 경우, 국가 안보와 상업 활동의 경계가 한층 흐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동시에 우주 기반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결합은 미국과 중국(China)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술 패권 경쟁에도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스페이스X가 실제 IPO 일정과 공모 구조를 어떻게 확정할지, 그리고 시장이 제시한 1조∼1조5천억달러 기업가치가 어느 수준에서 현실화될지에 따라 글로벌 자본시장과 우주·AI 산업 지형이 변할 수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의 상장 결정과 향후 계획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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