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셔틀로 뇌 공략"...에이비엘바이오, JP모건서 기술딜 확대 노린다
이중항체 전문 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2026년 초 글로벌 자본과 파트너가 모이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무대를 다시 찾는다. 뇌혈관장벽을 통과하는 BBB 셔틀과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을 앞세워 추가 기술이전과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항체 신약 경쟁 구도 속 입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킨 만큼, 이번 행사가 에이비엘바이오의 파이프라인 가치 재평가와 후속 딜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자들과 연쇄 미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창립 이후 매년 초청 형식으로 해당 행사에 참여해 왔으며, 올해도 주요 파트너 후보들과의 후속 논의와 신규 파트너 발굴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에이비엘바이오의 뇌혈관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다. BBB 셔틀은 약물이 뇌혈관을 감싸는 촘촘한 장벽을 통과하도록 돕는 항체 기술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난제로 꼽히던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그랩바디B는 혈관 내벽의 특정 수용체에 결합해 약물을 ‘태워 보내는’ 형태로 설계돼, 기존 항체보다 높은 뇌 전달률과 선택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4년 4월 GSK와 약 21억4010만 파운드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일라이 릴리와 약 26억200만 달러 규모의 그랩바디 기술이전 및 1500만 달러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글로벌 빅파마의 관심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BBB 셔틀 기술이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선제적으로 파이프라인과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향후 뇌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에 설립한 독립 법인 네옥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ADC ABL206과 ABL209의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DC는 항체에 세포독성 물질을 연결해 암세포에만 약물을 정밀하게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이중항체 구조와 결합할 경우 특정 암 항원에 대한 선택성과 치료 창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행사에서 네옥바이오를 중심으로 ADC 파이프라인의 개발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 아웃 구조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십 옵션을 논의할 계획이다.
면역항암 분야에서는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의 임상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그랩바디T는 종양 미세환경에서 T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 자극을 종양 특이 항원에 연동해, 전신 독성을 줄이면서 항종양 활성을 극대화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기존 단일 4-1BB 항체가 간독성 등의 안전성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온 점을 감안하면, 국소적이고 조건부로 4-1BB를 자극하는 이중항체 플랫폼이 차세대 면역항암 전략으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
그랩바디T 기반 파이프라인 중 ABL503은 최근 임상 1상에서 투여 간격을 2주에서 6주로 늘려도 병용요법에 적합한 항종양 활성과 우수한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투여 간격이 길어질수록 병원 방문 횟수와 환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 실제 치료 현장에서의 채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는 JP모건 기간 중 파트너 후보들에게 이 같은 초기 임상 데이터를 상세히 공유하며 병용 전략과 적응증 확대 방향을 협의할 계획이다.
또 다른 그랩바디T 파이프라인 ABL111은 특정 암 항원을 표적해 4-1BB를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로, 현재 화학치료제와 니볼루맙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중 추가 1b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며, 데이터가 확인되는 대로 병용요법 설계 최적화와 후기 임상 전환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병용 면역항암제 조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차별화된 이중항체 메커니즘과 안전성 프로파일이 기술이전 협상에서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담도암 2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L001도 2026년 상반기 발표 예정인 임상 2·3상 결과를 앞두고 JP모건 무대에서 존재감을 예고하고 있다. ABL001은 기존 표준치료 이후 옵션이 제한적인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다. 회사는 임상 참여자의 사망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 추적 기간이 연장되면서 결과 발표가 미뤄졌다고 설명하며, 통계적 유의성과 임상적 의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담도암처럼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미충족 수요가 큰 영역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가 도출될 경우, 희귀암 중심의 니치 시장 공략과 추가 적응증 확장 시나리오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의 임상 1상을 올해 중 개시하고, ABL111의 1b상 데이터도 같은 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환자 대상 안전성과 초기 효능을 확인하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그랩바디 계열 플랫폼의 상업적 가치가 다시 평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세대 면역항암과 뇌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특정 타깃에 종속되지 않는 플랫폼 라이선스 형태의 협력이 추가 성사될 여지도 거론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석을 계기로 2026년을 본격적인 사업 전환의 해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담도암 적응증 ABL001의 임상 2·3상 결과와 이중항체 ADC, ABL111의 임상 데이터 발표가 모두 올해 안에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수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가 확인되는 시점이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가치와 글로벌 제약사 협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지형에서는 이미 이중항체, ADC, BBB 셔틀을 핵심 키워드로 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JP모건 무대에서 추가 기술이전과 전략적 지분 투자를 이끌어낼 경우, 국내 바이오텍의 플랫폼 수출 모델이 한 단계 진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계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예정된 임상 결과와 파트너십 협상을 통해 기술력을 실제 매출과 장기 성장 동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