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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바이오허브 화순에”…박셀바이오, 신사옥 개소로 CDMO 시동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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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면역치료제 개발 기업 박셀바이오가 전남 화순에 통합 바이오허브를 표방한 신사옥을 열고 상업 생산과 CDMO 사업을 향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 중심이던 조직 구조를 임상·제조·사업화를 아우르는 플랫폼 체계로 전환하며, 국내 세포치료제 공급망에서 화순의 역할 확대도 예고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방 거점에 구축되는 첨단 세포의약품 인프라가 향후 국내 면역세포치료제 경쟁 구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전남 화순군 화순읍 감도리에 신사옥 건립을 완료하고 17일 개소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총사업비 76억원이 투입된 신사옥은 대지면적 약 1만3352제곱미터, 지상 2층 연면적 약 2136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됐다. 회사는 이 공간을 통합업무시설과 첨단제조플랫폼 AMP로 구성해 연구 및 상업화 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AMP는 세포치료제의 연구와 생산에 필요한 기능을 단일 동선 안에 모은 통합 플랫폼 개념으로 설계됐다. 박셀바이오는 연구, 공정개발, 세포처리, 품질관리 QC, 협업 공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배치해 후보물질 검증부터 임상용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효율화했다. 기존에는 연구소와 생산시설, 품질팀이 분산된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화순 신사옥에서는 공정 개발과 세포처리, QC가 근접 배치돼 공정 변경 검증이나 배치 릴리즈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포치료제는 환자 유래 또는 기증자 유래 세포를 조작해 제조하는 만큼, 균일한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공정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면역세포치료제의 경우 세포 배양 조건, 활성도 유지, 오염 방지 등 공정 변수 관리가 까다롭다. 박셀바이오는 신규 AMP를 통해 공정개발 단계에서부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둔 스케일업과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임상 단계별 요구량 증가에도 대응 가능한 제조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화순 신사옥을 기반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과 클린룸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CDMO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CDMO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신해 후보물질 공정 개발과 임상·상업 생산을 수행하는 위탁개발생산 모델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 CDMO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맞춤형 소량 생산과 고도의 품질관리 역량을 가진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진행 중이다. 박셀바이오는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국내 생산 거점을 앞세워, 향후 국내외 바이오텍과의 위탁개발 협력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화순은 이미 국가 암 전문기관과 바이오 관련 인프라가 집적된 지역으로, 세포치료제 임상시험과 생산, 물류를 연계하기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셀바이오가 면역세포치료제의 임상, 생산, 사업화 전 과정을 화순에서 완결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역 단위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과의 연계도 주목된다. 임상 병원과 제조시설 간 물리적 거리가 줄어들면 환자 맞춤형 세포치료제의 공정 리드타임을 단축해, 실제 투약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세포치료제 생산 거점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제약사와 전문 CDMO 업체들이 자국 내 세포의약품 생산 시설을 확충하며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도권 중심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GMP 시설이 늘고 있지만, 화순처럼 지방 거점에 중규모 이상의 통합 시설을 구축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박셀바이오의 화순 신사옥이 향후 해외 파트너십이나 수출형 CDMO 사업으로 확장될 경우, 국내 지역 거점 기반 세포치료 생산 모델의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상업 생산과 CDMO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 요건 충족과 품질 인증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세포치료제는 각국 규제기관의 GMP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고, 임상 3상 이후 상업화 단계에서는 장기적 품질 모니터링과 약물감시 체계까지 요구된다. 박셀바이오는 화순 신사옥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규제 요구를 반영한 공정과 QC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뿐 아니라 해외 규제기관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운영 체계를 단계적으로 맞춰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중 박셀바이오 대표는 이번 신사옥 개소를 계기로 회사의 정체성을 연구개발 중심에서 상업화 역량을 갖춘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면역세포치료제의 임상, 생산, 사업화 전 과정을 화순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된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박셀바이오가 화순 신사옥을 기반으로 실제 매출을 동반한 CDMO 사업과 상업 생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통합 바이오허브 전략이 국내 세포치료제 산업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보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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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셀바이오#화순신사옥#cd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