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국인 100만 주 매도 공세…이수페타시스, 차익 실현에 신고가 랠리 제동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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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속기 수혜 기대를 타고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던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외국인 대량 매물 출회로 급락하며 숨 고르기 구간에 진입했다. 12일 오전 장중 기준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단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펀더멘털은 견조하지만 수급 불안이 커지는 양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오전 10시 56분 이수페타시스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8.43% 하락한 13만 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외국인이 하루 동안 100만 주가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수급 균형이 흔들린 데 이어, 이날도 모건스탠리와 제이피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 창구에서 매도세가 이어지며 약세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장중 한때 주가는 13만 4,700원까지 밀려 전일 기록한 신고가 대비 낙폭이 더 커졌다.

[분석] 외국인 100만 주 매물 폭탄… 이수페타시스[007660], 신고가 랠리 멈춰 세운 '차익 실현' (제공:AI제작)
[분석] 외국인 100만 주 매물 폭탄… 이수페타시스[007660], 신고가 랠리 멈춰 세운 '차익 실현' (제공:AI제작)

일별 시세를 보면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1월 초 10만 원대 초반에서 저점을 확인한 뒤 이달 초까지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14만 6,300원을 기록한 데 이어 전날인 11일 장중 14만 8,200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다만 12일 장대 음봉이 출현하며 5일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하향 이탈해, 단기 상승 추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를 이끈 동력은 AI 가속기용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 수요 급증 기대다. 구글 TPU 등 AI 전용 칩에 들어가는 18층 이상 고다층 PCB 수주가 빠르게 늘면서, 내년 이후 실적이 퀀텀 점프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확인될 때마다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해 온 배경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강도 높은 손바뀜과 외국인 이탈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1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108만 주를 순매도한 데 반해, 기관은 129만 주를 순매수하며 수급 주도권이 기관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12일에는 모건스탠리, 제이피모간,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상위 창구에 일제히 이름을 올렸고,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창구가 매수 상위에 올라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받는 구조가 형성됐다.

 

업종 내에서 이수페타시스는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61위에 올라 있는 이 회사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31.72%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주요 기판 관련 대형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12일 낙폭은 동일 업종 평균 등락률 마이너스 1.72%를 크게 밑돌아, 업종 전체 약세보다는 개별 종목의 수급 왜곡이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초 체력 측면에서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예상 주가수익비율 PER은 23.83배로 부담스럽지만, 2025년 예상 주당순이익 EPS가 1,116원에서 2,384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고평가 논란을 완화시키고 있다. 2025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33.8% 수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현재 주가 레벨을 정당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매출 구조를 보면 이수페타시스는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수출에서 거두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 AI 가속기 및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수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에는 대구 달성 2차 산업단지에 503억 원 규모의 제4공장 투자를 집행했으며, 내년 1월부터 양산이 본격화되면 생산 병목이 해소되면서 매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변동성 확대의 이면에는 주요 외국인 주주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제공된 변동 분석 자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최근 이수페타시스 지분 5% 이상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지만, 단기적으로는 보유 물량 일부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주가 불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펀더멘털에 대한 중장기 신뢰와는 별개로,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매도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고객 다변화도 진행 중이다. 구글 TPU 관련 밸류체인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브로드컴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향 매출 비중 확대가 예상되면서 특정 고객사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무역의 날 행사에서 5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점도 중기 성장 스토리를 뒷받침한다. 다만 단기 시장에서는 호재보다 외국인 매도에 따른 수급 부담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적과 수익성 측면에서 이수페타시스는 삼성전기, 심텍 등 국내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예상 영업이익률은 19% 수준으로 제조업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삼성전기의 ROE가 7.89% 수준에 머무는 것과 대비해 이수페타시스의 ROE는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을 이끌어온 배경으로 지목된다.

 

향후 투자 전략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단기 조정 가능성과 중장기 성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기술적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3만 원 초반대가 1차 지지선으로 거론된다. 이 가격대가 무너지면 12만 원대까지 조정이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된 뒤 14만 원선을 다시 회복한다면 전고점 돌파 시도가 재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격 조정이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일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외국인 수급의 방향 전환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공매도 잔고 추이와 외국계 증권사 창구별 매매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AI 섹터 특성상 엔비디아, 알파벳 등 미국 기술주 주가 흐름과 글로벌 증시 환경 변화에 따른 연동성이 높은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AI 하드웨어 대표주인 이수페타시스의 조정이 후발 관련 종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펀더멘털 훼손이 없는 상황에서 수급 요인에 따른 급락은 중장기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당분간 외국인 매도 강도가 주가 상단을 제한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주가 흐름은 외국인 수급 안정 여부와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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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모건스탠리#ai가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