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기후이슈 조명한 방송미디어…방미통위, 콘텐츠 경쟁 본격화
AI와 기후 변화 같은 디지털 전환 핵심 이슈를 다룬 방송 콘텐츠가 정부 공식 시상식에서 전면에 떠올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주관하는 방송대상에서 인공지능 기반 돌봄 서비스, 기후 위기, K콘텐츠 글로벌 전략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대거 수상하며, 방송 산업이 기술·사회 의제를 매개로 하는 플랫폼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기관이 AI와 디지털 기술의 방송 적용을 공언한 만큼, 미디어 산업이 IT·바이오 융합 규제 환경 속에서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방송 분야 유일한 정부 시상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CJ ENM의 드라마 정년이가 대상을 수상했다. 방미통위는 1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2025 방미통위 방송대상 시상식을 열고,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제작·방송된 우수 작품과 방송문화 발전 기여자를 선정해 시상했다. 이번 행사는 17주년을 맞았으며, 방송 제작 역량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사회 의제 반영 정도가 주요 평가 축으로 부각됐다.

올해 심사에는 2024년 한 해 동안 제작·방송된 183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심사위원회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CJ ENM 정년이를 종합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최우수상은 공영방송 다큐멘터리 KBS 빙하가 가져갔다. 빙하는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빙하 감소에 따른 생태·인간 사회 변화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환경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과학자 인터뷰를 결합해 기후 과학을 대중에 전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은 창의혁신, 한류확산 등 5개 부문에서 총 9개 작품이 수상했다. 창의혁신 부문에서는 EBS 다큐프라임 날씨의 시대와 MBC충북 인공지능 AI 돌봄이 선정됐다. AI 돌봄은 인공지능 기반 분석과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고령층·취약계층의 일상 생활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형 돌봄 모델을 방송 포맷으로 구현해 주목받았다. 의료·복지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AI 돌봄 기술을 지역 사회 사례와 결합해 보여주며, 기술 수용성과 윤리 문제를 함께 조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류확산 부문에서는 CJ ENM 선재 업고 튀어 등 K드라마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작품들이 이름을 올렸다. 방미통위는 이번 방송대상이 한류 드라마의 우수성과 국제적 영향력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OTT 플랫폼과 해외 채널을 통한 동시 방영, 글로벌 팬덤 기반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유통 전략이 수상작 다수의 공통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상 부문에서는 KBS 창원총국 수심청 프로젝트가 희망나눔상을, MBC라디오 여성시대 진행자 양희은이 공로상을 받았다. 제작역량우수상은 한국바둑방송 K 바둑과 SBS미디어넷의 스포츠 채널 SBS 골프가 차지했다. 두 채널은 장기적으로 축적한 영상 데이터와 중계 기술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갖춘 니치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다.
방미통위는 올해 수상작 경향에 대해 한류 드라마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AI와 기후 변화 등 사회적 핵심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 공동체 가치를 중심에 둔 프로그램의 선전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방송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과학 기술과 환경, 고령화, 돌봄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해설하는 공론장 역할을 강화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김영관 방미통위 사무처장 전담직무대리는 K콘텐츠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한 현재, 국내 방송 규제 산업도 글로벌 경쟁에 본격 돌입하며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 출범한 방미통위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방송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건강한 방송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담직무대리는 방송 규제를 개선해 방송미디어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디지털 기술의 방송미디어 분야 적용을 통해 제작 생산성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는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의 시청자 데이터 분석, 후반 편집·번역 자동화, 가상 캐릭터·버추얼 휴먼 활용 등 다양한 AI 도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해외 방송사와의 교류 협력 확대, 방송미디어 콘텐츠의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해 K콘텐츠 수출 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IT·바이오 관점에서 보면, 이번 방송대상은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 기후 데이터 기반 다큐멘터리처럼 과학 기술을 서사 중심에 놓는 콘텐츠가 제도권에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 데이터 분석, AI 알고리즘 등 기술 요소가 방송 포맷과 결합되면서, 기술 산업과 미디어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 기관이 AI 적용과 규제 개선을 동시에 언급한 만큼, 향후에는 AI 제작 보조 시스템 인증 기준,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저작권·초상권 문제 등 세부 제도 설계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시상이 상징하는 방향성이 실제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