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몰이 종식 선언"…장동혁, 추경호 영장기각 계기로 대여 공세 전환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여야 충돌과 국민의힘 내부의 반성 요구가 맞부딪쳤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여권의 내란 책임론을 끊어내려는 여당 지도부와, 계엄 사태에 대한 보다 분명한 사과와 혁신을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4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엄 사태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으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였다. 비상계엄 해제 방해 의혹 수사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정치 공세라고 규정하고, 이른바 내란 몰이 프레임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을 겨냥해 "대통령이 직접 나치 전범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국민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 함께 이재명 정권의 내란 몰이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하며 정면 대응 기조를 강조했다.
장 대표는 전날 계엄 선포 1년을 맞아 별도 공식 일정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계엄 사태의 책임을 당시 야권에 돌리는 취지의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계엄을 둘러싼 여론 악화를 의식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추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 이후에는 대여 투쟁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한 추가 사과나 반성 메시지는 꺼내지 않았다. 계엄 선포 1년 직후 첫 공개 일정에서 공식 사과 요구에 응할지 주목됐지만, 언급을 피하면서 지도부의 기본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인상을 남겼다.
다만 최고위원들 발언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결집론이 두드러졌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재명 정권을 막을 마지막 저항선이 될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며 "국민의힘은 다시 태어난다는 심정으로 불의에 저항하자"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국민 앞에 겸손하고 국민 앞에 죄스럽게 생각해야 하지만 국민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 극악무도한 정권, 일당 독재로 치닫고 있는 이재명 정권을 향해 제대로 싸워달라는 부탁이 더 크다"고 주장하며 대여 투쟁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계엄 메시지를 둘러싼 추가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대표의 메시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추가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입장을 밝혔다고 선을 그었다. 최 수석대변인은 "저희는 이미 작년 12월 7일 국민의힘 의원 일동으로 국민께 사과한다고 표한 바 있다"며 "장 대표도 대구에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고 했고 여러 차례 메시지를 냈다. 그런 부분 그대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과는 종전 입장으로 갈음하고, 향후에는 이재명 정부 비판과 지방선거 대비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계엄 사태에 대한 보다 깊은 반성과 당 혁신 요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날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 107명을 대표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같은 날 초선·재선 의원 40여 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개별 반성 메시지를 올리면서, 계엄 책임론을 둘러싼 내부 문제의식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미애 의원은 이날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집권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 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 국민께 안정과 희망을 드리겠다 약속했지만 오히려 더 큰 혼란과 고통을 드린 책임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사과를 통감한다"고 밝혔다. 집권당으로서 위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메시지로, 지도부의 방어적 태도와 온도 차를 보였다.
원내 관계자는 다수 의원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날 원내대표가 전체 의원을 대표해 사과 기자회견을 했기에 25명 초재선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사과 성명에 이름을 안 올린 의원도 많다"며 "공개 글을 올리지 않았어도 사과 의견 가진 의원들이 대부분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보다 당내 반성론이 더 넓게 퍼져 있다는 설명이다.
당 쇄신 요구도 커지고 있다. 권영진 의원은 이날 종합편성채널의 정치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정권을 만드는 수권 정당으로 국민의힘이 변화하지 못하면 당이 해산하고라도,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을 만들어서라도 그 길로 가는 것이 청년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 가지고 되겠느냐"고 지적하며 현 지도부와 기존 정치문화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재선 의원 주도의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 소속으로, 전날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도 참여한 인사다. 이에 따라 초·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한 계엄 반성론과 당 혁신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은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와의 정면 대치를 선택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엄 책임과 쇄신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 겹쳐 있는 형국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계엄 사태 평가와 향후 책임 공방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며, 여당은 추 전 원내대표 수사와 지방선거 정국을 고리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내부 혁신 논의도 병행할지에 대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