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위성체계로 바다 본다…우주청, MDA 고도화 시동
초소형위성체계가 해양 감시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영해 전역을 위성으로 촘촘하게 관측해 불법 조업과 해양 사고를 조기에 포착하고, 재해 발생 시 피해 범위를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초소형위성군 운용을 전제로 해양영역인식체계, 이른바 MDA를 고도화해 국민 안전과 해양 주권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우주항공 기술이 해양 안보와 재난 대응, 더 나아가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확장에 미칠 파장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우주항공청, 해양경찰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5일부터 이틀간 제4회 초소형위성체계 운영 및 활용 워크숍을 공동 개최하고 초소형위성체계의 효율적 운용과 활용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4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향후 위성을 실제로 운용할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위성 개발·운영·연구 분야 전문가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해 개발 사업 진행 상황과 활용 시나리오를 공유했다.

초소형위성체계는 수십 킬로그램급 소형 위성을 다수로 묶어 별자리처럼 운용하는 위성군 개념에 기반한 감시 인프라다. 대형 정지궤도 위성보다 해상도가 높고 지구 재방문 주기가 짧아 특정 해역을 반복적으로 촘촘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거론된다. 우주항공청과 해양경찰청은 이 체계를 활용해 대한민국 광활한 해역 전반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해양영역인식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성에서 내려오는 영상과 선박 신호를 실시간에 가깝게 통합 분석하는 시스템 개발은 항우연이 핵심 과제로 맡고 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는 지상체와 활용시스템 개발 사업 경과가 구체적으로 공유됐다. 초소형위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수신하는 지상국, 이를 저장·전처리하는 지상 인프라와 함께, 사용자 기관이 쉽게 데이터를 조회하고 경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 아키텍처가 소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대 위성이 생산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어떻게 표준화해 부처 간 공동 활용 체계로 묶을지에 대한 실무 논의도 이어졌다.
핵심 기술 중 하나인 SAR와 AIS 탑재체 운용 전략도 주목을 받았다. SAR는 전자기파를 쏘고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날씨와 주야를 가리지 않고 지상과 해상을 관측하는 레이다 위성 기술이다. 광학 위성이 구름과 야간에 제약을 받는 것과 달리, SAR는 파도, 유류 유출 흔적, 선박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어 해양 감시에 필수 장비로 꼽힌다. AIS는 선박자동식별장치로, 선박이 자발적으로 송신하는 위치·항로·속력 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이다. 워크숍에서는 SAR 영상으로 실제 선박 물체를 찾고 AIS 신호로 선박의 신원과 운항 정보를 대조하는 융합 분석 방안이 제시됐다.
AI 기반 다중위성 활용 모니터링 기술은 위성군의 관측 효율을 끌어올리는 축으로 논의됐다. 딥러닝 기반 객체 탐지 모델로 SAR 영상에 보이는 선박, 해양 시설, 유류 오염 흔적 등을 실시간에 가깝게 인식하고, 시간대별 변화 패턴을 학습해 이상 상황을 자동 경보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특히 여러 대 위성이 다른 궤도와 시간대에 촬영한 데이터를 하나의 시공간 연속 영상처럼 합성해, 기존 하루 단위 관측 간격을 수 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고도화 전략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원격탐사 분석 기술 동향에 대한 전문가 발표에서는 다중 분광 영상과 SAR 데이터를 결합해 적조와 녹조, 해양 쓰레기 분포, 유류 유출 확산 범위를 정량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소개됐다. 이는 재난·재해 상황에서 방제 인력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지, 사고 해역을 어떻게 통제할지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입력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강조됐다.
이처럼 초소형위성체계 기반 감시 인프라가 고도화되면 해양경찰의 현장 운영 방식도 바뀔 수 있다. 기존에는 해상 레이다와 항공기, 함정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 감시에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위성 정보를 통해 넓은 해역에서 수상한 선박 이동 패턴을 먼저 포착한 뒤, 함정과 항공기가 이를 추적하는 이원화 구조가 가능해진다. 불법 조업, 밀수, 해양 환경오염 등 다양한 위협에 대한 사전 경보 체계가 정교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초소형위성과 SAR를 활용한 해양 감시 경쟁은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민간 지구관측 기업들이 수십 기 규모의 초소형위성군을 띄워 상업 SAR 영상과 AIS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이 데이터를 해양 안전과 안보 목적으로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이번 초소형위성체계 사업을 계기로 공공 주도의 해양 감시 위성 인프라가 본격 구축되는 셈이다.
다만 위성 데이터의 군사·안보 민감성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선박 위치와 운항 정보, 항만 주변 활동 데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수집·보관·공유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관련 부처가 해양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과 보안 규정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성수 해양경찰청 경비국장은 인공위성이 해양영역인식체계 구축에 핵심 감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개발 단계에서부터 운용 부처와 연구기관 간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워크숍과 같은 정례 협의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위성정보 활용 체계를 마련하고 초소형위성체계 개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희 우주항공청 인공위성부문장은 초소형위성체계 운영 및 활용 워크숍을 디딤돌 삼아 재해·재난에 대한 신속 대응과 국민 안전 증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우주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발사체 발사 기회를 넓혀 민간 위성 제작과 발사 서비스, 데이터 분석 기업 등으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가치사슬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업계와 정책 당국은 초소형위성체계가 해양 영토 관리와 재난 대응을 넘어, 데이터 기반 우주 비즈니스를 여는 시험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자체의 성숙도뿐 아니라 부처 간 데이터 공유 체계, 민간 참여 구조, 보안·윤리 규범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기술과 제도의 균형 속에서 우리 바다를 지키는 새로운 감시 체계가 안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