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 온스당 60달러 첫 돌파”…국제시장, 연준 완화 기대에 공급 불안 겹쳐 긴장
현지시각 기준 9일 오후,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에서 국제 은 가격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실물 공급 부족이 겹치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60달러를 돌파했다. 이번 급등 흐름은 귀금속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관련국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통화정책 전환을 둘러싼 기대와 공급망 제약이 맞물리면서 은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9일(미국 동부 시간) 오후 3시 55분 현재 국제 은 가격은 전장 대비 4.5% 오른 온스당 60.77달러를 기록했다. 은값은 올해 들어 상승 폭을 크게 넓히며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고, 같은 기간 약 60% 상승한 금(Gold) 가격의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흐름을 보였다. 같은 날 국제 금 가격도 0.5%가량 오르며 귀금속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양상이 감지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의 1차적 배경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금융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9일 시작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부 의견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톤엑스 파이낸셜의 로나 오코넬 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을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확실히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값 급등 배경에는 통화정책뿐 아니라 실물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도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 들어 산업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팽창하는 가운데 광산 생산과 정제 물량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세계 최대 은 소비국으로 꼽히는 인도(India)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은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런던 시장에서 역사적 수준의 공급 압박이 발생했다.
당시 런던 금고의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자 몇 주 사이 추가 물량이 긴급 운송되며 지역 공급 경색은 일부 완화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공급 제약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China) 내 은 재고가 1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인도와 중국이라는 양대 수요처에서 실물 수요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재고 감소세가 겹치면서 중장기적인 공급 불안이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은 시장의 급변은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달러 가치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커져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는 귀금속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연준의 완화 기조 전환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은과 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려는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은값과 금값이 동반 강세를 보이자 주요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향후 귀금속 가격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고 있다. 연준의 실제 인하 폭과 속도, 내년 이후 통화정책 경로에 따라 기대 인플레이션과 달러 인덱스가 크게 움직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은과 금 가격도 상방과 하방으로 모두 급격한 조정을 겪을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연준의 FOMC 결과와 향후 점도표가 은값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인도와 중국의 실물 수요 흐름, 런던을 비롯한 주요 허브의 재고 동향이 공급 측면에서 가격을 떠받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번 은값 급등이 일시적 과열에 그칠지, 통화정책 완화와 공급 제약이 맞물린 새로운 귀금속 강세장의 신호로 굳어질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