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장동혁 변해야"…국민의힘 내부서 계엄·극우 논란에 중도 확장 압박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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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와 강성 지지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다시 부상했다. 강경 보수층에 치우친 장동혁 대표의 노선이 중도층 이탈을 부른다는 비판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맞물리며 당내 긴장을 키우는 모양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명확한 사과를 거부하고, 계엄 정당성을 옹호해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메시지와 보조를 맞춘 행보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외연을 넓히지 못할 경우 필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장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기 정치를 위해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그는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노선 전환을 주문했다.

 

권 의원은 "장 대표는 중도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장외투쟁에 나온 군중과 멀어지면 지지기반이 붕괴한다는 것은 착각인데, 그런 부분에 장 대표가 포로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강경 집회 군중을 핵심 기반으로 인식하는 한, 중도층 회복은 어렵다는 취지다.

 

소장파로 꼽히는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명확한 사과를 내놓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가리키는 이른바 개딸 현상을 언급하며 당내 강경 지지층 전략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 개딸이 있다고 해서 국민의힘에 윤어게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이나 극우 유튜버들과만 소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당내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많은 의원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과 김 의원은 지난 3일 동료 의원 25명과 함께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반헌법적인 계엄에 사죄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약속하겠다"고 밝히며 계엄 책임론과 대전환 요구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장 대표와 지도부가 이 요구를 사실상 외면하자, 중도 확장과 노선 수정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장 대표를 겨냥한 변화 촉구에는 당 지지율 정체에 대한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20퍼센트대 중반 지지율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도·무당층을 끌어오지 못한 채 강성 보수층에만 기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분석이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권 의원은 "우리가 변해서 제대로 된 야당의 길을 가면 무당층은 국민의힘에 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대로 간다면 2018년 보수정당 지방선거 참패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덧붙이며 노선 수정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당시 자유한국당 이름으로 선거에 나섰지만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며 대패했다. 당내에서는 당시 참패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 결집에만 매달리다 중도층 민심을 잃은 결과였다는 반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장 대표 측과 강경 보수 진영은 중도 확장론이 오히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서도 법적 판단과 별개로 정치적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중도파와 소장파가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변화를 압박하면서 향후 지도부 구성과 총선·지방선거 전략을 둘러싼 내홍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 사태 평가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강성 지지층과의 거리 조절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당 진로와 정국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계엄 논란 수습과 중도층 회복 전략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는 향후 관련 현안 질의와 토론에서 비상계엄 사태 평가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고, 국민의힘은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노선 재정립을 놓고 치열한 내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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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국민의힘#윤석열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