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버핏 이후 투자 구도 달라진다”…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과 인재 이동에 후계 구상 재편 주목

신도현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8일, 미국(USA) 오마하와 뉴욕에서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가 잇달아 인사 발표를 내놓으며 워런 버핏 회장 은퇴 이후 체제에 변곡점이 될 만한 인재 이동이 공개됐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버크셔의 후계 구도와 더불어 미국 국가 안보·전략 산업 투자 구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시각 8일 버크셔 해서웨이는 성명을 통해 토드 콤스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회사를 떠나 JP모건체이스의 ‘안보·회복력 이니셔티브(Strategic Resilience Initiative·SRI)’ 전략투자그룹을 이끌기로 했다고 밝혔다. 콤스는 2010년 39세 나이로 버크셔에 합류한 뒤 워런 버핏 회장의 대표적 후계군으로 거론돼 왔던 인물로, 동료 포트폴리오 매니저 테드 웨실러와 함께 버크셔 투자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나눠 맡아왔다.

‘버크셔 해서웨이’ 버핏 은퇴 앞두고 경영진 교체…토드 콤스, JP모건으로 이동
‘버크셔 해서웨이’ 버핏 은퇴 앞두고 경영진 교체…토드 콤스, JP모건으로 이동

콤스는 단순 자산운용 인력을 넘어 그룹 내 핵심 경영 라인을 겸해 왔다. 2020년부터 버크셔의 주요 보험 계열사인 ‘가이코(Geico)’ 최고경영자(CEO)를 맡았고, 2016년부터는 JP모건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며 두 그룹 간 전략적 접점을 넓혀왔다. 이런 이력 때문에 버크셔가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을 차기 CEO로 지명했을 때에도 월가에서는 “에이블-콤스” 조합이 버핏 이후 버크셔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버크셔는 이번 발표에서 재무 라인 교체 일정도 동시에 제시했다. 오랫동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온 마크 햄버그 수석 부사장이 2027년 6월 1일부로 물러나고, 후임에는 현재 ‘버크셔 에너지(Berkshire Hathaway Energy)’ 수석 부사장 겸 CFO인 찰스 창이 승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투자·재무 양 축에서 후계 카드를 구체화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성명에서 콤스의 이탈에 대해 “콤스가 JP모건에서 흥미롭고도 중요한 일을 맡기 위해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콤스는 가이코에서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사업 지평을 넓혔으며, JP모건은 늘 그래왔듯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하며 개인적 신뢰와 함께 JP모건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버핏은 이미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2025년 말 은퇴를 공식화한 바 있어, 이번 인사는 자신의 퇴진을 앞둔 정리 과정의 일부로도 비쳐진다.

 

이에 맞춰 JP모건체이스는 같은 날 별도 발표를 통해 콤스가 약 100억달러 규모의 SRI 전략투자그룹을 총괄하고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CEO의 특별 고문 역할도 겸임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이먼 CEO는 “콤스는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투자자이자 리더 중 한 명”이라며 “우리 시대의 가장 존경받고 성공한 장기 투자자인 워런 버핏과 함께 투자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대형 은행 수장이 버핏의 핵심 측근을 전략 산업 투자 프로그램의 키맨으로 영입한 셈이다.

 

JP모건은 SRI를 미국 국가 안보와 경제적 회복력에 중요한 산업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투자 대상은 국방, 항공우주, 헬스케어, 에너지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발굴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델 테크놀로지 창업자 마이클 델 등이 포함된 외부 자문위원회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자문단에는 다수의 미군 퇴역 장성,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전직 고위 안보·외교 관료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인선은 단일 금융그룹 차원을 넘어 미국(USA)의 국가 전략과도 맞물린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JP모건이 대형 민간 자본을 동원해 국방·에너지·헬스케어 등 핵심 공급망과 안보 관련 산업에 장기 투자를 확대하는 구도를 띠면서, 민간 금융과 국가 안보 어젠다가 결합하는 추세가 한층 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정가와 월가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속에서 ‘경제 안보’ 논의를 강화해 왔다.

 

반면 버크셔 해서웨이 입장에서는 잠재적 후계 카드 중 한 명이자 보험 부문의 핵심 경영진을 동시에 잃는 셈이라는 점에서 후계 구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버크셔는 과거부터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을 의식해 왔으며, 버핏은 여러 차례 “후계 구상은 준비돼 있다”고 언급해 왔다. 그러나 투자 부문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이 이탈하면서, 향후 테드 웨실러의 역할 확대 여부나 새로운 투자 책임자 기용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버크셔는 이미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을 공식 차기 CEO로 지명해 두었고, 이번 CFO 승계 일정까지 공개하면서 ‘버핏 체제’에서 ‘에이블 체제’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콤스의 이탈이 단기적으로는 상징적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에이블 중심의 분권적 경영 체제가 자리잡는 과정의 일부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인사를 버핏 은퇴를 전후한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조명하고 있다. 뉴욕 기반 금융 매체들은 “월가의 대표적 가치투자 사단이 안보·전략 산업 투자 전선으로 이동했다”는 취지로 보도하면서, JP모건의 SRI가 민간 자본을 동원한 사실상의 ‘경제 안보 펀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매체는 버크셔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 “버핏이라는 단일 카리스마 이후 다핵형 리더십 구조가 본격화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콤스의 JP모건행을 미국 내 금융·산업 정책 재편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서 방산·에너지·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장기 자본 공급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대형 은행이 전략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던 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다른 글로벌 금융사들도 유사한 전략 산업 전용 투자 조직을 잇따라 신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워런 버핏 회장은 2025년 말 은퇴를 예고한 만큼, 내년 1월부터 버크셔에서는 후계자로 지명된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번 토드 콤스 이탈과 CFO 승계 일정 공개는 버핏 시대에서 에이블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권한 배분과 인력 재편 방향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조치로 분석된다. 이번 인사가 버크셔와 JP모건, 나아가 미국 전략 산업 투자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도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버크셔해서웨이#워런버핏#jp모건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