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립금리보다 1%p 높다”…미 연준 발언에 뉴욕증시 혼조, 금리 인하 경로 촉각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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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뉴욕(USA) 월가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경로를 가늠할 핵심 물가지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혼조 출발했다. 투자자들은 고용 둔화와 연준 인사 발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관망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7일 오전 10시 24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1.18포인트(0.44%) 오른 4만8,325.44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37포인트(0.02%) 오른 6,801.76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24.42포인트(0.11%) 내린 2만3,087.04로 약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 혼조 출발…다우 0.44%↑·나스닥 약보합, 금리 인하 경로 촉각
뉴욕증시 혼조 출발…다우 0.44%↑·나스닥 약보합, 금리 인하 경로 촉각

뉴욕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가늠할 단서에 모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만큼 부진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고용 통계 집계에 왜곡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이번 지표의 신뢰도에 무게를 두기 어렵다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18일 발표 예정인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둔화할 경우 조기 완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끈질기게 유지될 경우 긴축 기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남아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현 정책금리가 여전히 경기 제약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발언에서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50~100bp(0.50~1.00%포인트)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고용 상황과 최근 지표 흐름을 언급하며 “내년에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신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발언을 연준이 장기간 고금리 유지보다는 점진적 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다만 월러 이사의 완화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연준이 성급한 통화정책 전환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브로커리지 하우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연준은 경제 상황이 뚜렷이 악화하기 전에 정책을 완화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고용시장이 거의 정체된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경기 둔화가 심화할 경우 경제 전반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방향성보다 타이밍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별 종목과 업종별로는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반면, 그 외 다수 업종은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기술, 통신, 유틸리티 업종이 하락 압력을 받는 가운데, 에너지와 경기민감 업종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정보기술 섹터에서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투자 불확실성 이슈로 장중 4% 넘게 급락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영국(UK)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라클의 미시간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핵심 투자자가 발을 빼면서 자금 조달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의 최대 데이터센터 파트너인 사모 신용 투자 그룹 블루아울캐피털은 미시간 데이터센터에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대출기관과 오라클 간 협상 과정에서 합의에 실패하며 투자를 철회했다. FT는 오라클이 아직 새로운 후원업체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하며,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추진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라클은 미시간 데이터센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지만, 재무 구조와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콘텐츠·미디어 업종에서는 넷플릭스가 인수전 이슈에 힘입어 장중 3%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미디어 그룹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둘러싸고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연합이 경합하는 가운데, 워너 브라더스 이사회가 넷플릭스 측에 보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스트리밍·콘텐츠 산업 재편 구도가 또 한 차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원자재 관련주도 국제 금값 강세에 따라 동반 상승했다. 미국 금광업체 뉴몬트는 금 가격 상승에 연동돼 주가가 1%대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일부 반영됐다. 같은 시각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54% 상승한 배럴당 56.12달러에 거래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도 원자재 가격이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항공·운송 업종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 합병 기대가 부각됐다. 미국 항공사 프론티어 그룹은 경쟁사 스피리트 에비에이션과의 합병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장중 7%를 웃도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미 연방당국의 경쟁 정책 기조와 인수 심사 방향에 따라 미국 항공업계 구조조정 속도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Europe) 주요 증시는 국가·섹터별 차별화 속에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유로존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는 같은 시각 전장 대비 0.20% 내린 5,706.43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국 FTSE100지수는 경기 민감주 강세에 힘입어 1.60% 오르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독일(Germany) DAX지수는 0.02% 하락해 소폭 약세를 보였고, 프랑스(France) CAC40지수는 전장과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미국 통화정책 향방에 유럽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별국 증시는 자국 경기·정책 이슈에 따라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당분간 연준 인사 발언과 고용·물가 지표 해석을 둘러싼 시각 차가 공존하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시장에서는 11월 CPI와 주간 실업지표 발표 전까지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관망 심리가 우세할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데이터가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어떻게 재조정하게 만들지에 따라 글로벌 주식·채권·원자재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 매매를 중심으로 한 투자 전략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경고와 함께, 이번 지표 발표가 향후 국제 금융질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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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뉴욕증시#오라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