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 감사 양산한 특별조사국 폐지 불가피"…김인회, 감사원 내부 개혁 압박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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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돼 온 감사원 특별조사국을 둘러싸고 감사원 내부에서 강도 높은 개혁 압박이 가해졌다. 감사원 수장 대행 체제가 직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면서, 정치 감사 의혹을 낳은 조직 구조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모양새다.  

 

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2일 감사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직원 서한에서 "정치 감사, 하명 감사, 장기 감사, 기우제식 감사, 편향 감사, 인권 침해적 감사 등 많은 문제를 양산한 특별조사국은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개혁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특별조사국 폐지"라며 핵심 개혁 과제로 이 조직을 지목했다.  

김 권한대행의 메시지는 3일 예정된 감사원 최종 개혁 방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공식 발표에 앞서 내부 구성원에게 개혁의 방향과 취지를 먼저 설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달 28일에도 전 직원에 편지를 보내 감사원 쇄신과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특별조사국 해체를 둘러싼 내부 반발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권한대행은 "특별조사국 폐지에 반발도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특별조사국은 폐지되지만, 특별조사국 업무 중에 정치 감사 등과 전혀 관계없는 업무는 다른 일반 국에서 처리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조직 폐지 이후에도 필요한 기능은 일반 부서로 이관해 감사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다.  

 

김 권한대행은 감사원 자체 개혁이 실패할 경우 강력한 외부 개입이 뒤따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우리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 더 강도 높은 외부의 개혁이 시작될 것"이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특별조사국 폐지라는 결정을 내린 대행과 쇄신 TF의 심정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감사원이 스스로 신뢰 회복에 나서지 않으면 국회나 정치권 등 외부에서 제도 개편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감사원의 조직 문화와 규범 전반을 놓고도 광범위한 손질이 예고됐다. 김 권한대행은 "감사원법부터 훈령까지, 최고 간부부터 평직원까지, 규범부터 문화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밝히며 "향후 조직 개편을 통한 인사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 인력 운영과 간부 인선 과정에까지 쇄신 기조를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부 자율과 통제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감사원의 독립성은 감사원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으면 무정부조직, 질서 없는 조직이 돼 버린다"고 말했다.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유지하되, 내부 견제 장치와 책임성은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 권한대행은 감사원 쇄신 태스크포스 활동 결과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쇄신 TF 활동으로) 전산 조작, 군사기밀 누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권한 남용 등 범죄행위와 부당한 인사권과 감찰권 남용이라는 중대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진상은 충분히 규명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부 감찰과 조사 과정에서 형사 범죄 혐의에 해당하는 사안까지 드러났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진상 규명 이후의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식 사과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김 권한대행은 "진상 규명 이후에는 사과가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제주 4·3사건, 울산보도연맹 사건 등에서 사과했다"며 "사과는 국민 일반에 대한 사과만이 아니라 감사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인권 침해 논란을 낳은 감사를 되짚고, 대상자 개인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쇄신 TF가 앞선 감사위원회 의결을 되돌리려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그는 "검토 결과 직권 재심의 필요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신청 재심의는 당사자들의 권리"라고 덧붙여, 감사 대상자가 요청할 경우 재심의 통로는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존 감사 결정의 정당성을 유지하면서도 권리 구제 절차를 인정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거론하며 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여야 모두 감사원의 독립성은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특정 정권에서의 정치 감사 의혹과 과도한 장기 감사 관행을 문제 삼아왔다. 향후 여야가 감사원법 개정, 특별조사국 기능 이관 범위 등을 놓고 추가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감사원은 3일 최종 개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치 감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특별조사국 폐지 방침과 함께, 조직 개편과 인사 원칙, 재심의 제도 보완 등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에 따라 향후 국회 논의와 정치권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감사원 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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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감사원#특별조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