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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이가 두통 부른다”…턱관절장애, 디지털진단으로 관리 주목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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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중 이갈이와 주간 이를 악무는 습관이 두통과 목·어깨 통증까지 유발하며 직장인의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의료계는 이를 단순 피로나 근육통으로 넘기기 쉽지만, 상당수가 턱관절장애로 이어지는 만큼 조기 진단과 디지털 기반 정밀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치과 구강악안면외과를 중심으로 3차원 영상장비와 교합 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비수술 치료가 확산되며, 턱관절장애를 만성 통증에서 생활습관 관리 중심의 관리형 질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턱관절장애는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뻐근한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군으로, 두통과 목 통증, 어깨결림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침에 머리가 유난히 무겁고 측두부가 조이는 느낌이 반복되면 수면 중 이갈이 또는 이를 꽉 무는 행동을 의심할 수 있다. 귀 앞 관절 부위가 눌렀을 때 아프거나 부어 있고, 씹기나 말하기, 하품 시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도 특징이다.

치과 영역에서는 턱관절을 턱뼈, 관절원판, 인대, 저작근, 치아 교합, 말초신경이 얽힌 복합 관절로 본다. 최근 임상에서는 파노라마 엑스레이, 콘빔 CT와 같은 디지털영상장비를 통해 턱뼈와 관절 형태를 정밀 분석하고, 컴퓨터 기반 교합 분석 시스템으로 상하 치아 맞물림 상태와 교합력 분포를 수치화해 진단에 활용하는 추세다. 이러한 디지털 진단은 단순 근육 통증인지, 관절원판 위치 이상이나 관절면 퇴행성 변화가 동반된 구조적 문제인지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란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등에서는 환자의 통증 양상과 턱 움직임 범위, 개구 시 편위, 치아 마모 패턴을 종합해 단계별 치료 계획을 세운다. 초기에는 약물 요법으로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온열요법·저주파 물리치료와 같은 보존적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이 시기에는 딱딱한 음식과 질긴 음식 섭취를 제한해 관절과 근육에 가해지는 기계적 부하를 줄이도록 교육한다.

 

초기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맞춤형 스플린트, 즉 교합장치가 핵심 도구로 투입된다. 스플린트는 주로 디지털 구강 스캐너로 치열을 채득하고, CAD CAM 장비로 제작하는 방식을 활용해 정밀도를 높인다. 장치는 턱관절의 위치를 안정화하고 과도한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밤사이 이갈이로 인한 치아·관절 손상을 완충한다. 일부 환자에게는 턱관절 내 주사치료가 추가로 적용돼 관절 내 염증과 유착을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 쓰인다.

 

중후반 치료 단계에서는 관절 가동범위를 넓히는 능동·수동 운동과 턱 움직임의 좌우 대칭을 바로잡는 재활 운동이 중요해진다. 의료진 지도 아래 입을 일정 각도까지 서서히 여닫는 스트레칭, 혀 위치를 이용해 하악 운동을 유도하는 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도 디지털 동작 분석 장비를 이용해 개구각과 움직임 궤적을 정량화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의료진은 생활습관 교정 없이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직장인의 경우 고개가 앞으로 빠지는 자세와 어깨 말림이 턱관절에 추가 부담을 준다. 낮 동안 이를 꽉 무는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턱에 힘을 주는지 자각하는 것부터가 치료의 일부다. 수면 중 이갈이 의심 환자에게는 스마트폰 수면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과 근육 긴장도를 관찰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란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오민석 과장은 턱관절 치료는 최소 4주 이상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초반 4주 동안 통증 조절, 염증 완화, 스플린트와 물리치료, 식습관 조절을 병행할 경우 통증이 최대 70퍼센트까지 감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치료 종료 이후에도 딱딱한 음식과 과도한 저작을 피하고,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 숙임을 줄이는 등 생활습관까지 개선해야 장기 예후가 좋게 유지될 수 있다.

 

국외에서는 디지털 영상, 3차원 모션 캡처, 근전도 센서를 결합한 턱관절 기능 분석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갈이 패턴과 턱 움직임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환자별 스트레스 수준과 통증 진행 정도를 예측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의료데이터 활용에 관한 개인정보 보호와 SaMD 인허가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국내 의료계는 턱관절장애를 만성 두통과 목·어깨 통증의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 질환으로 보고, 영상과 센서, AI 분석까지 포괄하는 정밀 진단·관리 플랫폼 개발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수면 건강, 업무 환경, 스트레스 관리와 맞물린 대표적인 삶의 질 질환인 만큼, 첨단 진단 기술과 생활습관 교정 프로그램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과 일상에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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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관절장애#이갈이#세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