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정밀검진 접목한 GC헬스케어센터…베트남서 K의료 실험
인공지능 기반 정밀검진 모델이 동남아 헬스케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GC가 베트남 하노이에 개소한 건강검진센터에 한국식 디지털 의료 인프라와 AI 진단 솔루션을 결합한 것이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 병원과 디지털 전환 정책, 늘어나는 중산층의 건강검진 수요가 맞물리며 K의료 수출 모델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가 아세안 지역으로 확산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GC는 지난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GC앤페니카 헬스케어 센터 공식 개소식을 열고 베트남 정밀 건강검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번 센터는 GC그룹과 베트남 대형 기업집단인 페니카그룹이 합작 투자해 설립한 시설로, 한국에서 고도화해 온 건강검진 노하우와 디지털 의료 시스템을 현지 환경에 맞춰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GC 측은 한국의 AI 기반 정밀검진 모델이 베트남 의료 환경에 본격 도입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약 2시간 안에 주요 암 14종과 30여종의 생활습관질환을 분석하는 고효율 검진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GC가 자체 개발해 다수 의료기관에 공급해 온 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합 탑재했다. 병원정보시스템인 HIS, 검사실정보시스템인 LIS,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인 PACS, 전자의무기록인 EMR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동해 접수부터 검사, 영상 촬영과 판독, 결과 제공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특히 이번 센터는 RF 인식 팔찌를 활용한 논 차트 시스템을 도입해 종이 문서가 필요 없는 검진 환경을 구현했다. 내원객은 팔찌 하나로 본인 인증과 동선 관리, 검사 항목 확인이 가능하며, 의료진은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와 검진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아직 보편적이지 않은 완전 디지털 병원 운영 모델이 도입된 셈이다.
핵심 경쟁력은 영상과 각종 검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진단 솔루션이다. 센터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통합규격 인증을 받은 AI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흉부 X선과 CT, 유방 촬영 등 영상에서 초기 암이나 폐질환, 심혈관 질환 의심 소견을 자동 탐지하고 이상 패턴을 표시해 전문의 판독을 보조한다. GC는 이러한 시스템이 판독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검진자가 많을 때도 일정한 품질의 결과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 병원 및 디지털 의료 전환 전략과도 맞물린다. 현지에서는 최근 정부 주도의 정기검진 확대와 만성질환 조기 발견 정책이 강화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건강검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GC앤페니카 센터는 예방 중심 검진 모델을 도입해 중산층과 기업 고객을 겨냥한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시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베트남 주요 도시에 이미 일본, 싱가포르, 태국계 의료기관이 진출해 있으나, AI 기반 디지털 검진 전 과정을 통합한 한국형 모델은 아직 드물다. GC는 의료정보시스템과 검진 프로세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형 병원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의 통합 플랫폼을 수출 모델로 내세운 사례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센터는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기능도 겸한다. GC는 현지 의료진과의 협업을 통해 검진 체계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베트남 의료진이 국제 기준에 맞는 판독과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베트남 국민들이 보다 적정한 비용으로 국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받은 AI 의료기기가 포함된 만큼, 베트남 보건당국의 인증과 규정 정비 과정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별도 세부 규정을 정비하는 단계로 알려져 있어, 향후 원격 판독이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활용 범위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호 쑤언 낭 페니카그룹 회장은 GC와 협력을 통해 베트남에 국제 기준의 정밀 검진 모델을 도입하게 된 점을 강조하며 기술 기반 예방의료 확산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허용준 GC 대표는 한국의 선진 건강검진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에서 신뢰도 높은 조기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예방 중심 건강관리 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최영삼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는 AI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모델이 양국 보건의료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GC와 페니카그룹 계열사 페니카 X는 의료정보시스템의 현지화 개발을 공동 추진 중이다. 언어, 보험 체계, 데이터 규제 등을 반영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향후 베트남 내 다른 병원과 검진센터로 솔루션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센터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검진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와 질병 예측 서비스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GC는 하노이를 시작으로 베트남 주요 도시로 검진 네트워크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베트남이 인구 규모와 경제 성장률을 감안할 때 동남아 디지털 헬스케어 허브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산업계는 GC의 이번 모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데이터 기반 예방의료 사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