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B4로 성장 견인한 알테오젠, 리더십 교체로 글로벌 도전 가속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플랫폼 ALT-B4로 글로벌 기술수출 기대를 키워 온 알테오젠이 최고경영자 교체를 단행하며 성장 방정식에 변화를 준다.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비켜서고, 글로벌 사업개발에 강점을 지닌 후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는 구조로, 바이오 플랫폼 기업에서 다각적 파이프라인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기술 플랫폼 상업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박순재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사업개발 및 IR 부문을 총괄해 온 전태연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 부사장은 이번 인사로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직을 겸임한다.

박 회장은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나지만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 그리고 최대주주로서의 역할은 유지한다. 경영 일선의 실행 책임은 전 사장에게 넘기고, 이사회 차원에서 중장기 비전과 파이프라인 전략을 조율하는 구조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셈이다.
박 회장은 2008년 알테오젠을 창립해 2014년 코스닥 상장 당시 30여 명 수준이던 조직을 올해 170명 이상으로 키웠다. 매출 역시 상장 초기 연간 70억 원에서 출발해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1500억 원을 기록하며 급성장 궤적을 그렸다.
성장의 핵심 축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플랫폼 ALT-B4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하 조직의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약물이 피부 아래 공간으로 더 잘 스며들게 돕는 효소로, 정맥주사로만 투여되던 항체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알테오젠의 ALT-B4는 자체 개발한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로, 기존 동물 유래 효소 대비 면역원성 감소와 생산 안정성이 장점으로 평가돼 글로벌 빅파마들의 피하제형 전환 전략에서 주목받아 왔다.
알테오젠은 ALT-B4를 기반으로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블록버스터의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해 왔다. 피하주사 전환은 환자의 병원 체류시간과 투약 부담을 줄여 현실적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병원 입장에서는 Chair time을 줄여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제약사와 의료기관 모두에게 매력적인 사업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알테오젠이 대내외 환경 변곡점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와 금리 고착화, 글로벌 규제 강화 등으로 바이오 자본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플랫폼 기술에 대한 초기 라이선싱 수입에 의존해 온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와 견조한 수익 구조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에 따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장기 전략과 핵심 파이프라인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박 회장이 ALT-B4 이후 차세대 플랫폼과 스타 파이프라인을 정의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 확립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과 기술 로드맵을 총괄하는 역할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전태연 사장은 생화학 박사 학위와 미국 특허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바이오·지식재산 융합 전문가다. 연구개발의 기술 이해도와 함께 특허 전략, 계약 구조 설계 등 사업개발 전 과정에 대한 경험을 겸비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싱 협상에 최적화된 이력으로 평가된다. 2020년 알테오젠 합류 이후 사업개발 부문을 이끌며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협력을 성사시켜 ALT-B4 상업화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중심 창업자에서 사업개발 중심 전문경영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이번 인사를, 알테오젠이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본격 상업화와 수익 다각화 단계로 진입한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글로벌 바이오텍 시장에서 플랫폼 기술 하나로 기업가치를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알테오젠이 ALT-B4 성과를 마중물 삼아 추가 파이프라인과 적응증 확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회사는 전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임직원과 함께 알테오젠의 장기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알테오젠이 지배구조와 리더십 재편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술수출과 파이프라인 확장을 현실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