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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데이터센터"…모레, 전북에 206억 투자로 인프라 판 바꿀까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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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기반 연산 인프라가 지역 산업 지형을 바꾸는 시험대에 오른다. 인공지능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가 전북특별자치도와 손잡고 차세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농업과 국방, 미래차 등 전통 제조·공공 영역에 AI를 본격 이식하는 교두보 역할을 노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특정 GPU 기업 중심의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국내 첫 대규모 시도로, 향후 AI 인프라 시장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모레는 16일 전북특별자치도와 투자 협약을 맺고 전북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3년간 총 206억 원을 투입해 전주 전북테크비즈센터에 피지컬 AI 실증을 위한 AI 데이터센터와 연구 거점을 구축하고, AI 연구·개발과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할 전문 인력 20여 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전북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글로벌 수준의 차세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반도체 설계부터 농업·국방에 이르는 주요 산업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전북도는 이 인프라를 지역 AI 생태계 성장을 견인할 핵심 연산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모레는 GPU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클러스터 최적화 기술을 결합해 확장성과 비용 효율성이 높은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고가의 엔비디아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AMD, 텐스토렌트 등 다양한 AI 가속기 하드웨어를 적용하고, 자체 인프라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저비용·고성능 AI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GPU 다변화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동일 투자 대비 확보 가능한 연산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AI 데이터센터가 가동되면 전북도 내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학, 연구기관은 고가의 AI 서버를 직접 구비하지 않고도 고성능 연산 자원을 서비스 형태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스마트팜·농생명, 이차전지·탄소·미래차, 방산·로봇·자율주행 등 전북 전략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모델 학습과 시뮬레이션, 실시간 분석 등 고난도 AI 작업의 현장 적용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는 이미 추진 중인 피지컬 AI 실증사업과 이번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로봇, 드론, 스마트 제조,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공통 기반 인프라로 활용할 계획이다.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 환경에서 움직이는 로봇과 드론, 차량 등에 AI를 결합하는 영역으로, 대량의 센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연산이 필요해 전용 데이터센터의 지원이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레는 AI 인프라의 핵심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자회사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통해 파운데이션 거대언어모델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최근에는 초거대 모델의 학습과 추론 효율을 높이는 최적화 솔루션을 연달아 글로벌 무대에 선보였고, AMD, 텐스토렌트, SGLang 등과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은 통합형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전북도의 피지컬 AI 생태계 조성 전략과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조 대표는 전북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조성에 민간이 합류해 기술 혁신 역량과 공공 인프라·정책 지원을 결합하는 성공적인 공공 민간 파트너십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는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특정 GPU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과 공급 불안이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전북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해 지역 단위에서 멀티 벤더 GPU와 국산 소프트웨어 스택을 결합하는 실질적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실제 성과는 데이터센터 구축 이후 확보되는 이용 사례와 서비스 품질, 운영 효율성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병존한다. 농업과 국방, 제조 등 보수적인 산업에서 AI 도입을 가속하려면 기술 인프라뿐 아니라 현장 데이터 확보, 인력 교육, 보안·안전 기준 정비까지 패키지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업계 관계자들은 전북 피지컬 AI 데이터센터가 멀티 GPU 기반 인프라의 상용 레퍼런스로 자리 잡을 경우, 타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유사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엔비디아 중심 구조를 일부 완화하는 계기로 이어질지, 지역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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