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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으로 반대파 제거 시도했다"…조은석 특검, 윤석열 권력 독점 의혹 제기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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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에도 내란·외환 의혹을 둘러싼 정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비상계엄 모의 의혹이 정국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비상계엄을 통한 권력 독점 시도를 확인했다며 강도 높은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정치권 충돌이 불가피한 분위기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윤석열이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통해 제거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석열 등이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인식을 문제 삼으며, 그 출발점을 검찰총장 재직 시기로 짚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 더불어민주당과의 대립 끝에 사임한 뒤, 민주당을 "거대 의석을 가지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각은 대선 승리 이후 집권 과정에서도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비상대권이 있다. 총살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싹 쓸어버리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특검은 이 발언을 두고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적대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난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여당 대표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도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등 당내 인사와의 갈등도 노골적으로 표출됐다고 전했다.

 

조 특검은 대통령 집무 공간 이전이 군과의 밀착 환경을 조성했다고도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통령실을 서울 용산 군 기지 내 합동참모본부 청사 인근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대통령 관저를 한남동으로 옮기면서 대통령과 군 지휘부의 물리적 거리가 극히 가까워지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수시로 만나면서 2024년 4월 총선 훨씬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순차 모의하고 준비해온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계엄 모의 정황을 알고 반대 의사를 밝힌 인사에 대한 인사 조치도 문제 삼았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후 장관 교체 인사가 단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특검은 "계엄에 비판적이었던 장관을 교체한 것은 군 지휘 체계를 계엄 추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쌓기 위한 무리한 군사작전 시도도 드러났다고 특검은 주장했다. 조 특검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통한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인했으나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실패한 것도 수사를 통해 파악됐다"고 밝혔다. 군사적 긴장을 인위적으로 고조시켜 계엄 선포의 빌미를 마련하려 했다는 취지다.

 

조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상을 "군을 통한 정치·입법·사법권 장악"으로 규정했다. 그는 "윤석열 등은 군을 통해 무력으로 정치활동 및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 입법기구를 통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후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치활동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조 특검은 과거 군사쿠데타와의 유사성을 직접 언급하며 국민 정서를 환기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1980년 전두환·노태우 세력의 합수부가 권력 찬탈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반대 세력을 영장 없이 체포·감금하고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한 역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세웠던 명분은 허울뿐이고, 목적은 오로지 권력의 독점과 유지를 위한 친위 쿠데타였던 것"이라고 규정하며, 윤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1980년 신군부 권력 찬탈 사례와 나란히 놓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핵심 동기가 장기간에 걸친 권력 독점과 유지에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동시에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사법리스크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조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제기돼 온 수사·재판 리스크가 정치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계엄 모의에 겹쳐졌다고 보는 입장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권력 독점·유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고, 그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엔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사법리스크 해소가 포함돼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시적으로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는 권력 독점과 유지"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배경에 김 여사와 자신의 사법리스크 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에 겹쳐지는 것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결과 발표로 정치권은 강한 충돌이 예상된다. 야권은 이미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모의 의혹을 두고 강경 공세를 예고해왔고, 여권은 정치 보복 수사라고 반발해왔다. 조 특검의 발표 내용이 구체적인 발언과 행적, 군 인사 및 작전 동향까지 포괄하고 있어, 향후 국회 차원의 청문회 추진과 추가 수사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특검 수사 결과를 둘러싼 법적·정치적 공방은 당분간 정국을 흔들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일정을 통해 특검 수사 경과와 책임 소재를 따지는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 전반은 내란·외환 의혹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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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석특검#윤석열전대통령#비상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