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프리카 첫 진출로 성장 돌파구 모색”…아사히, 디아지오 동아프리카 사업 인수로 신흥시장 공략 본격화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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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7일, 일본(Japan) 주류·음료 업체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영국(UK) 주류 기업 디아지오의 동아프리카 사업을 인수하며 아프리카 시장에 처음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정체 국면에 접어든 선진국 주류 시장을 넘어 신흥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주류 업계의 지형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사히그룹홀딩스는 디아지오가 보유한 동아프리카 사업을 약 4천654억엔, 한화 약 4조4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에는 케냐(Kenya) 법인 디아지오 케냐 지분 100% 등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케냐, 우간다(Uganda), 탄자니아(Tanzania) 3개국에서 맥주와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주류 사업을 운영하게 될 예정이다.

아사히, 디아지오 동아프리카 사업 4조4천억 인수…EABL 지분 65% 확보
아사히, 디아지오 동아프리카 사업 4조4천억 인수…EABL 지분 65% 확보

거래 구조상 아사히는 디아지오 케냐를 비롯한 관련 법인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류 사업을 전개하는 이스트아프리칸브루어리(EABL)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65% 보유하게 된다. EABL은 케냐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주력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드카와 진, 위스키 등으로 구성된 폭넓은 주류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인수 배경에는 세계 주류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닛케이는 각국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주류 소비가 감소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는 반면,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진행 중인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맥주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수요 구조가 아프리카 시장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사히그룹홀딩스는 그동안 일본 내수 시장 정체를 보완하기 위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확대해 왔다. 이번 동아프리카 진출은 기존 포트폴리오에 아프리카를 새 축으로 추가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주류 기업들이 성장성이 높은 신흥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아사히의 동아프리카 진출이 경쟁사들의 후속 움직임을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각국 시장에 미칠 파장도 관전 포인트다. 케냐·우간다·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세수와 고용 측면에서 주류 산업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글로벌 기업의 신규 투자가 현지 생산 설비 확충과 마케팅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동시에 건강 및 알코올 규제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쓰키 아쓰시 아사히 사장은 이번 인수에 대해 “현지의 강력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프리카 시장 진출이 그룹 차원의 글로벌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주류 업계에서는 아사히의 이번 행보를 성숙 시장 중심 전략에서 신흥 시장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 신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건강 트렌드와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인구 구조와 경제 성장률이 뒷받침되는 지역에서는 주류 소비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며, 아프리카가 그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주요 외신들도 이번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4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 결정이 아사히의 재무 구조와 향후 인수·합병 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디아지오가 동아프리카 사업에서 손을 떼고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행보를 두고, 핵심 브랜드와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부각된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동아프리카 주류 시장에서 일본과 영국 자본의 역할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아사히가 현지 브랜드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어떻게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지, 또 이러한 움직임이 다른 다국적 주류 기업들의 추가적인 신흥 시장 투자로 이어질지 국제 사회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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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그룹홀딩스#디아지오#ea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