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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 통제력에 산업계 경고”…한국, 6G 소버린 네트워크 속도전 촉구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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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 저궤도 위성통신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위성 통신망에 대한 민간사업자의 통제 이슈가 부상했다. 최근 스타링크(Starlink)가 캄보디아 범죄 집단이 사용하던 터미널 250여 개를 일거에 차단한 사례가 보도되며, 산업계에서는 민간 통신망 독점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국가 주권형(소버린)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위성통신망을 둘러싸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통신 인프라의 취약성과, 통신망 통제 권한이 공공이 아닌 글로벌 민간기업에 집중될 때 사회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향후 6G 위성통신 표준 경쟁에서 독자 네트워크 구축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 경쟁이 ‘차세대 통신’ 산업구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최근 중앙전파관리소 위성전파감시센터 주최로 열린 위성전파 및 위성기술 컨퍼런스에서 최경일 KTsat 전무는 “해외 시스템에 의존할 경우, 민간 통신사업자가 사업적 판단만으로 특정 국가 상공에서 네트워크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는 비지상망(NTN: Non-Terrestrial Network) 분야에서 표준화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현재 스타링크 등 일부 선도 기업은 표준을 따르지 않고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 사양이나 주파수 대역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미진할 경우, 표준 외 시스템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진단이다.

6G 저궤도 위성통신의 핵심은 대용량 데이터·수백 ms(밀리초) 수준 저지연 통신을 지구 어디서든 제공하는 데 있다. 기존 통신과 달리 지상망 의존도를 대체·보완하며, 도심·오지·해상·항공 등 통신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스타링크, 아마존 카이퍼, 중국 치엔판 등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대규모 위성망 구축을 주도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이용 국가의 주권 통신망(소버린 네트워크)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 규모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약 26억 명이 통신 서비스에서 소외돼 있으며, 이에 따른 연결(Connectivity) 잠재 시장만 연간 1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은 여전히 지상통신망이 효율적이지만, 외곽·오지 등에서는 위성통신이 필수적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도 독자적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한국형 6G 저궤도 위성통신 프로젝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해 기술 자립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국가 주도형 소버린 네트워크 구성을 공식 의제로 전환했으며, 정부가 초기 수요자가 돼 시장을 조성하고, 이후 민간이 연구개발(R&D)와 서비스에 본격 투자하는 민관 협업 모델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차원의 표준 전쟁 역시 치열하다. 3GPP NTN 표준의 국제적 확산이 늦어질수록, 스타링크 등 일부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술 특허와 표준화에서 뒤처지면, 네트워크 통제권 자체가 해외 민간에 넘어가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미국, 중국, 유럽 역시 저궤도 위성통신 표준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주권과 보안, 서비스 연속성 측면에서 ‘소버린 네트워크’ 구축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진단한다. 데이터 활용과 운용 주체가 민간 글로벌 기업에만 집중될 때,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나 공공성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다. “기술보다 주권 확보 경쟁이 훨씬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6G 네트워크 경쟁에서 표준화와 인프라 독립화가 한국 통신산업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혁신 못지않게 보안·규제·주권 확보의 속도가 ‘초공간 통신’ 시대로 가는 관문이 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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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6g위성통신#소버린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