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후폭풍…국민 10명중 3명 사법처리 요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온라인 유통 플랫폼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지고 있다. 플랫폼 기반 전자상거래 기업의 핵심 자산이 개인정보와 데이터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 보안 사고를 넘어 디지털 경제의 규범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시험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다수는 기업에 대한 금전 제재를 넘어 책임자 사법처리와 전면 조사까지 요구하고 있어, 향후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플랫폼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2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512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적절한 처벌 수위를 물었고, 29일 주요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32점0퍼센트가 책임자 사법처리를 가장 적절한 조치로 선택했다. 같은 질문에서 영업정지를 선택한 비율은 29점4퍼센트로 나타나, 사실상 강도 높은 형사 제재와 행정 제재에 대한 선호가 비슷한 수준에서 엇비슷하게 분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행정 조치는 선호도가 떨어졌다. 과태료 부과를 선택한 응답자는 14점3퍼센트, 신규 사업 제한을 꼽은 응답자는 6점1퍼센트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국민들이 반복되는 대형 정보보안 사고 속에서 단순 금전 벌과금 중심 제재가 예방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해, 실질 책임자까지 형사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처벌 인식을 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쿠팡 퇴직금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맞물려, 플랫폼 기업의 노동 이슈와 법 집행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도 높게 나타났다. 쿠팡의 형사 사건과 노동 사건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67점3퍼센트였다. 반대 의견은 22점6퍼센트로, 찬성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데이터 보호 문제를 넘어 노동 환경과 법 준수 여부까지 동시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 압력이 커진 셈이다.
쿠팡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김범석 쿠팡아이엔씨 이사회 의장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집계됐다. 김 의장의 행보 가운데 국민적 공분을 가장 자극한 요인으로는 미국 법인 구조를 앞세워 한국 소비자 권리와 국내법 적용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가 23점3퍼센트로 가장 많이 선택됐다. 이어 실질적 지배주주임에도 한국 법인 대표를 전면에 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라는 응답이 22점5퍼센트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외 활동 방향에 대한 불신도 드러났다. 사고 수습보다 미국 정치권 로비에 치중하는 듯한 태도라고 답한 응답자는 18점6퍼센트였다. 증거 인멸 지시와 과로사 은폐 의혹을 문제 삼은 응답은 13점5퍼센트, 국회 청문회 불출석 통보를 가장 큰 문제로 본다는 응답은 6점5퍼센트로 조사됐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요구되는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 기준이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 의장의 대응 방식이 그 기준에 미달한다는 인식이 뚜렷한 흐름을 보인 셈이다.
국적과 책임 문제를 둘러싼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을 이유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69점1퍼센트였다. 글로벌 빅테크처럼 복잡한 해외 법인 구조와 외국 국적을 가진 경영진 체계를 활용하면서도, 국내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사실상 필수 인프라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책임과 권한의 괴리가 여론의 핵심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입법 방향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경영자에 대한 국회 대응 의무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에 불출석하는 외국인 경영자의 국내 입국을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63점2퍼센트로 나타났다. 여론은 플랫폼 기업이나 글로벌 IT 기업의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 내에서 대규모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경영진에게는 일정 수준의 직접 책임과 의회 출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 서비스 이용 행태에도 적지 않은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최근 논란이 쿠팡 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응답자는 68점5퍼센트에 달했다. 이 가운데 탈퇴를 고민 중이라는 응답은 26점1퍼센트, 이용 횟수를 줄일 예정이라는 답변은 18점5퍼센트, 이미 탈퇴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16점1퍼센트였다. 이른바 탈팡으로 묶이는 응답이 60퍼센트 수준으로 집계된 셈이다. 반면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19점2퍼센트에 그쳤다.
IT 업계에서는 대형 커머스 플랫폼의 고객이 실제로 이탈할 경우, 단기적인 매출 감소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추천 알고리즘과 로지스틱스 최적화 모델의 정밀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고객 수 감소와 이용 패턴 변화는 머신러닝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과 광고 추천 엔진의 학습 데이터 풀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통제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화되면,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데이터 활용 전략 전반에 구조적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정보 보호 제도 측면에서는 향후 과징금 부과 기준 상향, 재발 시 영업정지 등 단계적 제재, 대표자 및 최고정보보호책임자에 대한 형사책임 명문화 등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처럼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강력한 제재 체계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차등 규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를 핵심 자산으로 삼는 IT 유통 플랫폼에서 신뢰 훼손은 곧 비즈니스 모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쿠팡 사태가 실제로 엄중한 처벌과 규제 강화로 연결될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지배구조와 책임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