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판매 통계도 멈췄다”…중국, 완커 채무연기 여파에 부동산 불안 증폭
현지시각 기준 1일, 중국(China)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는 핵심 민간 지표가 예고된 시점에 공개되지 않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다. 직전 주 중국 대형 디벨로퍼 완커가 내국채 상환 시점을 연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부동산 업황과 통계 신뢰도에 대한 불안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번 상황은 헝다와 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 이후 중국 경기 회복에 드리운 구조적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정보제공업체 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과 중국지수연구원은 전날 발표가 예상됐던 11월 전국 100대 부동산기업 판매 총액 자료를 별다른 설명 없이 내놓지 않았다. 두 기관은 통상적으로 정부 공식 통계보다 2∼3주 앞선 매월 말, 전국 100대 부동산기업의 월간 판매 실적을 집계해 발표해왔으며, 글로벌 투자자와 업계는 이를 중국 신축 주택시장 흐름을 조기에 포착하는 핵심 선행 지표로 활용해왔다.

시장 참여자들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발표 중단 시점이 완커의 채무 구조조정 움직임 직후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완커는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 채권 상환 의무의 이행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재무 상태가 양호한 편으로 평가받던 완커마저 상환 연기를 추진하자, 헝다와 비구이위안에 이어 또 다른 대형 사업자의 유동성 압박이 가시화됐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최근 몇 년간 잇단 디폴트와 판매 부진으로 큰 충격을 겪어왔다. 헝다와 비구이위안 같은 대형 디벨로퍼가 채무 불이행에 빠지며 금융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커졌고, 2024년 2분기 이후에는 주택 판매 감소세가 다시 두드러졌다. 그 여파로 중국 경기 회복세는 힘을 받지 못한 채 부동산 부문이 성장의 ‘약한 고리’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 지표 미발표는 이런 흐름이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크리스티 헝 선임 애널리스트는 11월 판매 통계가 예정보다 발표되지 않은 데 대해 업계 상황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11월 데이터가 10월보다 더 큰 폭으로 급감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CRIC가 집계한 10월 전국 100대 부동산기업 판매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9% 감소해 약 1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미 10월 수치만으로도 수요 위축과 투자 심리 악화를 보여준 만큼, 시장에서는 11월 지표가 더 나빠졌을 경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 기관이 공개를 늦추거나 방식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1년 전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동산 부양책 시행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11월 민간 지표 역시 부진세를 이어갔을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당국이 모기지 규제 완화,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인구 구조 변화와 신뢰 하락 등 구조적 요인 탓에 실수요 회복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서방 금융기관들의 시각도 비관적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그룹은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중국 주택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는 특히 주요 대도시의 기축 주택 가격이 이미 고점 대비 3분의 1 이상 하락한 상태라며 가격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조정이 종료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추가 하락 기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더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내수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부담을 키우며 세계 경제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부동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과 지방정부 재정, 가계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해온 만큼, 가격 하락과 판매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소지가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China) 성장률 둔화가 원자재 수요 감소, 아시아 인접국 수출 감소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주시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한편 민간 통계의 돌연 공백 자체가 중국 시장 정보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한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그간 CRIC와 중국지수연구원의 데이터를 공식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창구로 활용해왔는데, 이 지표가 제때 제공되지 않으면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 발표나 개별 기업 공시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정책 신뢰와 통계 신뢰를 둘러싼 논쟁을 부동산 분야에서 다시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11월 주택 판매 통계 미발표와 관련해 CRIC와 중국지수연구원에 각각 의견을 요청했지만, 두 기관 모두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과 민간 조사기관의 향후 대응, 그리고 정부의 추가 부동산 부양책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통계 공백과 완커 채무 연기 움직임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지, 아니면 기존 침체 흐름의 연장선으로 머물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