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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로 말초신경 재생” 이엔셀, CMT 신약 특허 확보로 희귀질환 공략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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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기반 희귀질환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 이엔셀이 자체 개발한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EN001의 샤르코마리투스병 CMT 치료 용도에 대해 미국 특허를 확보했다. 난치성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에 대해 현재까지 근본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말초신경 재생과 근육 기능 회복을 겨냥한 새로운 기전의 세포치료제가 시장 진입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특허 등록을 희귀질환 세포치료제 라이선싱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엔셀은 EN001을 활용한 CMT 예방 및 치료 용도 특허가 미국 특허청에 정식 등록됐다고 16일 밝혔다. 특허 명칭은 중간엽 줄기세포 또는 중간엽 줄기세포에서 분비된 인슐린을 포함하는 샤르코마리투스병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이다. 특허권자는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이엔셀 주식회사이며, 특허 존속 기간은 2042년 11월 7일까지로 설정돼 장기적인 상업화 권리 보호가 가능해졌다.

EN001은 이엔셀의 독자적 배양 플랫폼인 ENCT 기술을 통해 생산한 중간엽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뼈, 연골, 근육 등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고 염증 조절과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은 ENCT 공정을 통해 세포의 생존율과 분비 인자 프로파일을 최적화해, 기존 중간엽 줄기세포치료제 대비 신경 재생과 근육 기능 회복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인 수치 비교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동물 모델에서의 신경전도 개선과 근력 회복 등 유효성을 근거로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허의 핵심은 줄기세포 자체뿐 아니라 줄기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을 치료 기전의 축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회사에 따르면 EN001이 분비하는 인슐린은 말초신경을 둘러싸며 전기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도록 돕는 슈반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손상된 신경 수초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존 CMT 치료 접근이 주로 증상 완화나 재활 치료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손상된 말초신경 구조를 직접 복구하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특허로 해당 기전에 대한 미국 내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면서, 동종 기전을 활용한 경쟁 후보물질 진입에 일정한 진입장벽이 생긴 셈이다.

 

CMT는 말초 신경 손상으로 인해 손발 기형, 근육 위축, 감각 소실 등을 유발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인구 25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환자 수는 제한적이지만, 질환이 만성적으로 진행되고 삶의 질 저하가 커 미충족 의료 수요가 상당하다. 현재까지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멈추거나 역전시키는 승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신경 수초 재생과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새로운 약물이나 세포치료제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EN001은 희귀질환 세포치료제라는 특성상 개별 환자 수는 적지만, 고가 약가와 장기 치료 수요가 예상돼 상업적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희귀 신경근질환 영역에서 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소분자 후보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고, 최근에는 세포치료제와 엑소좀 기반 플랫폼도 초기 파이프라인으로 편입하는 추세다. CMT 환자 입장에서는 재활과 보조기기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거나 신경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EN001과 같은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CMT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표적 유전자치료, 특정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이들 전략은 개별 유전자형에 특화된 경우가 많아 대상 환자 풀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EN001처럼 세포가 분비하는 인슐린과 성장인자를 활용해 슈반 세포와 신경 수초를 회복시키는 방식은 유전자형에 상대적으로 덜 구속되는 기전으로 평가돼, 임상에서 폭넓은 환자군을 포괄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엔셀은 이번 미국 특허에 앞서 지난해 유럽과 2024년 10월 호주에서도 같은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북미, 유럽, 호주를 아우르는 권리망을 통해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의 독점적 상업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여기에 EN001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이미 받아 개발 인센티브도 확보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 개발 지원, 허가 심사 시 혜택, 허가 후 일정 기간 시장 독점권 등 제도적 이점이 주어질 수 있어, 기술이전과 파트너링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개발 단계 측면에서는 EN001이 최근 CMT 치료를 위한 임상 2a상 진입 승인을 받은 상태다. 통상 2a상은 소규모 환자 대상에서 용량과 초기 유효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여기서 신경전도 개선, 보행능 지표, 근력 등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이후 2b상과 3상으로의 확대와 함께 글로벌 공동개발 또는 라이선싱 협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 특히 세포치료제 특성상 제조공정 일관성과 품질관리 체계가 허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엔셀의 ENCT 공정이 규제당국 기준을 얼마나 충족하느냐에 따라 상용화 속도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제 환경을 보면 미국과 유럽은 세포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별도의 첨단치료제 규제 프레임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포치료제가 생물의약품으로 분류돼 FDA 산하 센터가 심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안전성 데이터와 장기 추적 계획을 중점적으로 본다. 유럽 역시 첨단치료제 범주에 포함해 중앙집중 심사를 진행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첨단바이오법을 기반으로 임상과 허가를 관리하고 있어, EN001이 글로벌 임상을 확대할 경우 여러 규제 권역 간 요구사항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엔셀 장종욱 대표는 EN001이 미국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만큼, 이번 미국 특허 등록을 토대로 혁신 신약 개발과 글로벌 라이선싱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EN001의 임상 2a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희귀 신경계 세포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장기 안전성 검증, 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을 둘러싼 논의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EN001이 향후 임상 단계별 관문을 통과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성숙도와 규제 승인, 보험 제도와 윤리 논의가 맞물리는 과정에서, 희귀질환 세포치료제 산업의 성장 경로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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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엔셀#en001#샤르코마리투스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