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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빛 걷기, 고즈넉한 저녁”…영천에서 만나는 가을의 여유와 미식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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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누군가 산책을 시작한다. 예전엔 지나치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계절이 스며든 영천의 산책로를 걷는 일이 소중한 하루의 풍경이 되고 있다. 단풍이 제 빛을 내는 시기, 영천은 고요하게 물든 공원과 역사 유적, 그리고 감각적인 미식 공간에서 평화와 여유를 찾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요즘 영천에선 임고서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고려 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흔적이 스민 이곳은 가을이 깊어지면 붉은 단풍이 고즈넉한 서원 주변을 둘러싼다.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전 선비들의 발자취와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기자가 임고서원 길을 걸었을 때, 단풍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모든 것을 잠시 멈추게 했다. 

임고서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임고서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그런 변화는 영천생태지구공원 산책로에서도 확인된다. 주말이면 이곳을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오가는 이들이 많다. 잘 조성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저녁 무렵엔 도심임에도 자연의 색감이 오롯이 살아난다. SNS에는 단풍으로 물든 영천 곳곳을 담은 사진 인증이 이어지고, 커뮤니티에는 “작은 도시에도 계절이 깊다”는 감상이 쏟아진다.

 

천천히 걷다가 출출해질 땐 미식 공간에서의 힐링이 자연스럽다. 망정동에서 만난 ‘이태리마켓’은 72시간 숙성 도우로 만든 화덕피자가 자랑이고, 신선한 식재료로 채워진 메뉴판엔 ‘부드러움과 쫄깃함’을 아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아늑한 분위기의 주점 ‘밤결’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쉬어가는 이들에게 인기다. 정성스러운 한식요리와 함께하는 저녁은 ‘오늘 하루의 마침표’로 제격이다.

 

실제로 영천시나 관광공사의 자료를 보면, 쉼과 미식을 동시에 찾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여유를 찾는 움직임이 영천 같이 조용한 도시에선 자연·역사·음식이 어우러진 ‘작은 여행’으로 이어진다”며 “이런 체험들은 단순 휴식 이상으로 일상에 리듬을 더한다”고 느껴왔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잠깐의 산책이 이렇게 깊은 위로가 될 줄 몰랐다”, “임고서원 단풍길 강추” 등 일상 소소한 만족을 나누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누군가는 여전히 당연한 일상을 천천히 만끽하고 있다.

 

작고 사소해 보여도, 가을날 영천의 산책과 한 끼 식사는 그 자체로 새로운 삶의 리듬이 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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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임고서원#이태리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