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고정밀 지도 반출 심사 또 연장”…정부, 신청서 보완기간 인정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둘러싼 정보통신 기업과 정부의 줄다리기가 다시 길어지고 있다. 국가 안보와 첨단 서비스 경쟁력 사이에서 정부와 관계부처의 부담도 더 커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5일 애플이 국내 5천 대 1 축척 고정밀 지도 반출 신청서 보완을 위한 시간을 요청함에 따라, 해당 보완에 소요되는 기간만큼 민원 처리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처리 기한은 행정 절차상 계속 유예되는 셈이다.

정부는 앞서 9월 애플의 지도 반출 신청에 대한 결정을 한 차례 유보하고, 민원 처리 기간을 60일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애플이 추가 서류 보완을 원하면서, 정식 결정 시점은 다시 뒤로 밀리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연장 근거에 대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행정절차법 시행령을 제시했다. 두 시행령은 민원인이 신청서를 보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공식적인 민원 처리 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6월 16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천 대 1 축척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밀지도는 자율주행, 증강현실 지도, 위치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 필수적인 기반 데이터로 분류돼 왔다.
애플은 2023년 2월에도 같은 내용의 반출 신청을 냈지만, 당시 정부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허가하지 않았다. 군사 시설 위치 노출 가능성과 좌표 정보 악용 우려가 심사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거론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현재 논의의 초점은 애플이 제시할 사후관리 방안에 맞춰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애플이 영상 보안처리 방식, 좌표표시 제한 수준, 국내 서버 설치 여부와 운용 방식 등 구체적인 안전 조치를 명시한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면, 관계부처와 함께 이를 다시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보완 서류가 접수되면 국방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국외반출 협의체에서 심의를 진행한 뒤 최종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군사 보안, 외교부는 국제적 파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통신 인프라 측면을 각각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과 업계에선 심사 연장이 반복되면서 국내외 정보통신 기업의 지도 서비스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과, 고정밀 위치 정보의 안보 민감도를 고려하면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맞서는 양상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데이터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 환경 조성을 요구하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도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병존하고 있다.
정부는 애플의 보완 제출 시점과 협의체 논의 속도에 따라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보안 대책의 실효성을 따져본 뒤, 향후 유사 사례 처리 기준 정비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