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품은 고즈넉한 골목길”…맑은 여름날, 함양에서 만나는 자연과 전통의 여유
요즘처럼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 계절이면, 맑은 하늘 아래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여행지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 같으면 여름이면 바다나 워터파크가 먼저 떠올랐지만, 이제는 고즈넉한 한옥길과 시원한 숲 그늘에서의 여유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런 변화 속에서 경상남도 함양이 이맘때 한결 넉넉한 풍경을 내어주고 있다.
8월 7일 오전, 함양의 기온은 28.5도, 체감온도는 30.9도까지 올랐다. 습도도 높아 후덥지근하게 느껴지지만, 서풍이 불고 하늘은 맑아 산공기마저 청명하게 닿는다. 대기질도 ‘좋음’으로 유지돼, 온 하루 바깥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함양 여행의 시작이라면 개평한옥문화체험휴양마을이 단연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양반 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된 이 마을은 돌담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SNS에서도 “한옥 처마에 내려앉은 햇살이 여름을 다르게 느끼게 한다”는 인증샷이 줄을 잇는다.
좀 더 이색적인 체험을 원한다면, 대봉스카이랜드가 인기다. 모노레일을 타고 산등성이를 넘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짚라인을 타는 시간은 더위를 잠시 잊게 만든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무심코 환한 표정을 짓게 된다는 소감이 이어진다.
고요함을 찾는 여행자라면 거연정을 추천한다. 연못가에 드리운 고목과 정자,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걷다 보면 “예전 선비들도 이런 풍경을 누렸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함양남계서원과 벽송사도 빼놓을 수 없다. 남계서원에서는 단정하게 정돈된 마당과 뒤편 숲길이, 벽송사에서는 천년 고찰을 감싸는 숲과 계곡이 지친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준다.
이런 흐름은 여행 트렌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역 관광공사가 발표한 7월 내방객 집계에 따르면, 체험형 한옥마을과 자연 액티비티 체험지 방문률이 지난해보다 14% 가까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무더위에 실내가 아닌, 자연 속 전통 공간을 찾는 건 참된 ‘쉼’에 대한 욕구가 달라졌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SNS 후기를 살펴보면 “이젠 휴가엔 복잡한 도시보다 마을과 숲이 먼저 떠오른다”, “돌담길 따라 걷다 보면 그저 걱정이 사라진다”는 반응이 많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여름이면 남계서원 숲길 추천”, “스카이워크에서 함양 산세를 바라보면 속이 시원하다”와 같은 적당한 거리감의 일상적 공감이 이어진다.
맑은 하늘과 전통이 녹아든 풍경, 여기에 천천히 걷는 평온함까지. 함양은 올해 여름, ‘쉼’과 ‘호흡’의 여행지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