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철분주사제로 수혈 줄였다"…JW중외제약, 뇌수술 환자 PBM 전략 부각
고용량 철분 주사제가 뇌수술 환자의 수혈 부담을 줄이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JW중외제약이 공급하는 정맥주사용 철분제 페린젝트가 수술 전 빈혈 교정에 활용될 경우, 수혈 의존도를 낮추고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실리면서다. 업계에서는 환자혈액관리 개념이 확산되는 가운데, 수술 전 정맥 철분 치료가 신경외과 수술을 넘어 다양한 고위험 수술 분야로 확장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JW중외제약은 고용량 철분 주사제 페린젝트의 수술 전 투여 효과를 분석한 국내 연구가 최근 마취·중환자 치료 및 통증의학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페린젝트의 성분은 페릭 카르복시말토즈로, 하루 최대 1000밀리그램의 철분을 최소 15분 만에 정맥으로 보충할 수 있는 제형이다. 경구제 복용이 어렵거나 빠른 빈혈 교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아, 만성 출혈 환자와 여성 철 결핍성 빈혈 환자는 물론 각종 수술과 항암 치료로 발생하는 철 결핍성 빈혈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페린젝트는 국내에서 지난해 5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철 결핍과 연관된 질환을 지닌 다양한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정맥 철분 치료를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상태다. 보험급여 진입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처방 장벽을 낮춰, 수술 전 빈혈 교정 프로토콜에 편입될 여지를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이시운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비파열 뇌동맥류 클리핑 수술을 앞둔 철 결핍성 빈혈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분석을 진행했다. 비파열 뇌동맥류는 혈관이 터지기 전 단계여서 계획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수술 과정에서 출혈 위험과 빈혈 관리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수술 전 혈액학적 상태 최적화가 중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연구 설계에서 환자들은 수술 약 4주 전에 페린젝트 1000밀리그램을 1회 투여받은 군 17명과, 페린젝트 없이 기존 표준 치료만 받은 대조군 14명으로 나뉘었다. 연구팀은 두 군 간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입원 기간 동안 적혈구 수혈 시행 여부와 더불어 헤모글로빈과 페리틴 수치를 비교해 수술 전 정맥 철분 투여의 효과를 평가했다.
결과는 수혈 필요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줬다. 대조군에서는 14명 중 8명이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적혈구 수혈을 받아야 했던 반면, 페린젝트 투여군에서는 단 한 명도 수혈을 시행하지 않았다. 수혈 여부에서 나타난 두 군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수술 전 빈혈 교정을 통해 수혈 요구량을 줄일 수 있다는 환자혈액관리의 기본 개념이 실제 뇌동맥류 수술 환자에서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빈혈 지표 개선 효과도 두드러졌다. 페린젝트 투여군에서 헤모글로빈 수치 중간값은 수술 1개월 후 기준으로 1.4그램 퍼 데시리터 상승했다. 반면 대조군은 같은 기간 0.7그램 퍼 데시리터 상승에 그쳤다. 헤모글로빈은 혈액 내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로, 수술 후 회복 속도와 피로도, 합병증 위험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수술 전부터 충분한 철분을 확보해 조혈 능력을 강화하면 수술 후 혈색소 회복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체내 철 저장 상태를 반영하는 페리틴 수치에서도 정맥 철분 투여의 효과가 확인됐다. 페린젝트 투여군의 페리틴 수치 중간값은 수술 약 1개월 전 기준 55.8나노그램 퍼 밀리리터였으나, 수술 하루 전에는 591.0나노그램 퍼 밀리리터로 크게 올랐다. 수술 한 달 후에도 480.0나노그램 퍼 밀리리터 수준을 유지해, 체내 철 저장고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조군에서는 페리틴 수치의 일시적 상승 후 재하락이 관찰됐다. 대조군의 페리틴 수치 중간값은 초기 77.0나노그램 퍼 밀리리터에서 수술 직후 106.7나노그램 퍼 밀리리터로 소폭 상승했지만, 수술 1개월 후에는 다시 62.6나노그램 퍼 밀리리터로 낮아졌다. 수술 스트레스와 출혈, 염증 반응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페리틴 수치가 변동할 수 있으나, 충분한 정맥 철분 보충 없이 장기적인 철 저장 증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연구를 이끈 이시운 교수팀은 논문에서 비파열 뇌동맥류 클리핑 수술을 앞둔 철 결핍성 빈혈 환자에게 수술 전 페린젝트를 투여하는 전략이 적혈구 수혈 필요성을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수술 전후 빈혈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특히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는 계획 수술이 가능한 만큼, 수술 일정에 맞춰 4주 전부터 정맥 철분 치료를 병행하면 환자 상태 최적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번 연구는 환자혈액관리 개념에서도 의미가 크다. 환자혈액관리는 수술 과정에서 수혈량을 줄이고 환자 스스로의 혈액을 최대한 활용하는 통합 전략을 의미한다. 수술 전 빈혈 교정, 수술 중 출혈 최소화, 수술 후 조혈 촉진이 세 축으로 꼽힌다. 정맥 철분 제제는 그중에서도 수술 전 빈혈 교정을 위한 핵심 도구로 간주된다. 이번 결과는 실제 신경외과 고위험 수술 영역에서 고용량 철분 주사제가 PBM 전략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임상 데이터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수술 전 빈혈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병원에서는 대형 정형외과 수술이나 심장 수술 전 정맥 철분 제제와 에리스로포이에틴 계열 조혈 자극제를 병행하는 프로토콜을 도입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제제별 용량과 투여 속도, 부작용 프로파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약제의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 정보를 기반으로 적응증을 정교하게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페린젝트가 가진 고용량·단시간 투여 특성은 실제 수술 전 외래 일정과 연계하기 용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루에 1000밀리그램까지 투여할 수 있어 복수 차수 내원 없이도 수술 전에 필요한 철분을 확보할 수 있고, 최소 15분 수준의 주입 시간은 입원 이전 외래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경구 철분제는 흡수율이 낮고 위장관 부작용으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짧은 기간 내 헤모글로빈을 끌어올려야 하는 수술 전 관리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의료 현장에 PBM 개념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보험 제도와 진료지침이 실제 도입 속도를 좌우하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맥 철분 제제를 빈혈 치료용 의약품으로 허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수술 전 사용 프로토콜은 각 의료기관과 학회 차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처럼 출혈 위험이 큰 수술 분야에서 정맥 철분과 수혈 전략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한 표준화 논의도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 전 철 결핍성 빈혈 관리 영역에서 페린젝트의 임상 근거를 추가로 축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페린젝트의 수술 전 투여가 비파열 뇌동맥류 수술 환자의 수혈 부담을 줄이고 빈혈 관련 지표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다양한 수술 영역에서 환자혈액관리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추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술 전 빈혈 교정이 환자 회복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만큼, 고위험 수술 환자에서 정맥 철분 치료를 포함한 PBM 전략 도입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적절한 환자 선별 기준과 표준화된 프로토콜, 수혈과의 균형 있는 조합이 갖춰져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고용량 철분 주사제가 뇌수술을 넘어 다양한 수술 영역에서 수혈 부담을 덜어주는 도구로 자리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