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이 기십니다"…이재명, 전임 정부 임명 인천공항 사장에 고성 질타
정책 점검 과정에서 대통령과 공기업 수장의 충돌이 다시 부각됐다. 외화 불법 반출 검색과 해외 공항 개발 사업을 둘러싼 질의응답이 고성을 동반한 질타로 번지며, 전임 정부 인사에 대한 인사·감독 기조가 재확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상대로 외화 불법 반출 검색 실태와 인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추진 상황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 대통령은 답변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질책성 발언을 쏟아냈다.

쟁점은 외화 반출 검색 가능 여부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에게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물었다.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즉각 제지했다. 그는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하라.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고 재차 묻고, 답변 방향을 다시 한 번 한정했다.
이 사장이 "세관하고 같이한다.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이라고 말을 잇자, 이 대통령은 그의 말을 끊고 질문 취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00달러짜리 한 묶음을 책갈피로 끼워 돈을 갖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이라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가능 여부를 요구했다.
이 사장이 "이번에도 저희가 검색해서 적발해 세관으로 넘겼다"고 반복하자, 이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 대통령은 "참 말이 기십니다"라며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나"라고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질문의 ‘가능 여부’에 대한 단답을 거듭 요구한 셈이다.
옆에 배석한 김민석 국무총리도 논점을 정리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 총리는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에 대한 체크가 가능한지만 얘기하면 된다"고 말하며, 질의가 절차 일반론이 아니라 현장 검색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부연했다.
압박이 이어지자 이 사장은 "그건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인천공항공사 수장이 세부 검색 가능 여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회의장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질의는 인사와 업무 파악 문제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세관과의 협의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지만, 이 사장이 즉각적인 답을 내놓지 않자 고성이 다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라고 쏘아붙인 뒤, 이 사장의 임명 시기와 임기를 캐물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에 갔고, 임기는 3년"이라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 출신 인사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견제성 발언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질타는 인천공항공사의 해외사업으로 확전됐다. 이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가 추진 중인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진행 상황을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이 "수도 공항은 실무적 진척이 없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카이로 공항을 물은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반박했다. 질의 대상 사업과 다른 공항을 언급한 답변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후르가다 공항 사업의 진척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구했지만, 이 사장은 관련 세부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실무자를 직접 불러 확인하려 했으나, 배석자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네요. 됐습니다"라고 말하며, 더 이상의 질의 없이 다른 안건으로 넘어갔다.
이날 장면은 국토교통부 등 부처 업무보고라는 형식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과 전임 정부 인사에 대한 압박 기조가 동시에 드러난 사례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특히 외화 불법 반출과 해외 공항 개발 사업 같이 국민의 관심이 높은 현안을 놓고 기관장의 현장 파악 정도를 직접 점검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향후 공공기관장 교체나 경영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공개석상 질타 방식이 과도한 인신 공격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기업 현안 점검이 필요하더라도, 업무보고 자리에서의 공개 망신 주기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세관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간 협력 체계를 재점검해 외화 불법 반출 차단 대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도 공공기관 국정감사와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인천공항공사의 해외사업 추진 실태와 경영진 책임 문제를 집중 점검하며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