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체코 원전 1조2,508억 설계 계약…한전기술, 외국인 재매집에 주가 반등세 강화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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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기술 주가가 체코 원전 종합설계용역 대형 계약 체결 소식에 힘입어 다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12월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국전력기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57% 오른 103,9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부터 9만 원대 박스권에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등과 거래량 폭증을 동반하며 반등세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전력기술에 따르면 동사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종합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약 1조 2,508억 원으로, 최근 연간 매출액의 226%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은 2038년까지로 설정돼 장기간에 걸친 매출 가시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설계·엔지니어링이 주력 사업인 만큼 이번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중장기 실적 성장에 결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분석] 한전기술, 체코 원전 1.2조 설계계약 '메가톤급 호재'… 외국인 다시 담기 시작한 이유 (출처:네이버증권)
[분석] 한전기술, 체코 원전 1.2조 설계계약 '메가톤급 호재'… 외국인 다시 담기 시작한 이유 (출처:네이버증권)

주가 흐름을 보면 한국전력기술은 12월 2일 90,100원까지 밀리며 단기 저점을 형성한 뒤, 체코 원전 계약 기대가 부각된 11일과 12일 연속 급등했다. 12일 거래량은 142만 5,608주로 전일 대비 약 2.5배 늘었고, 5일과 20일 이동평균선을 동시에 상향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대형 호재를 동반한 거래량 급증이 기술적으로도 추세 전환 신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눈에 띈다. 12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기관은 14만 6,866주, 외국인은 14만 3,547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11월 26일 13.3%에서 12월 12일 13.8%로 회복했다. 대형 계약 공식 발표 이전부터 외국인 지분 재확보 움직임이 관측된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원전 수주 모멘텀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이른바 스마트 머니 유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원 동향에서도 질적 변화가 확인된다. 12일 매수 상위 창구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와 함께 글로벌 투자은행 제이피모간이 순매수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선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물량과 중장기 관점에서 비중을 늘리는 기관·외국인 매수 물량이 맞물리며 활발한 손바뀜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개인 중심 수급에서 기관·외국인 비중이 커질수록 중장기 추세 형성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상장주식수 3,822만 주, 시가총액 3조 9,710억 원으로 코스피 125위에 속하는 중형주다. 모회사 한국전력공사 계열 공기업 성격 탓에 대주주 지분 비중이 높고 실질 유통 주식수가 제한적이어서, 시장에서는 전형적인 품절주 특성을 가진 종목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거래대금이 크지 않아도 주가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단기 급등 후 조정 과정에서 변동성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구조를 보면 매출의 62.25%가 원자력 부문에서 발생하는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특화 기업이다. 같은 발전 공기업 그룹 내에서 시가총액은 한국전력 31조 9,377억 원에 비해 작지만, 한전KPS 2조 4,570억 원, 한전산업 3,703억 원과 비교하면 상위권에 위치한다. 매출액 증가율 376.78%, 자기자본이익률 17.84% 등 수익성 지표는 동종사 대비 최상위 수준이며, 영업이익 123억 원을 기록해 적자를 낸 한전산업과 대비되면서 펀더멘털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13.82%로, 한국전력 57.06%에 비해 낮아 향후 외국인 비중 확대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재무 안전성 지표도 양호한 편이다. 부채비율 39.02%, 당좌비율 170.09%, 유보율 8,061% 등 각종 지표가 보수적인 재무 구조를 보여준다. 다만 분기별 실적 흐름은 변동성이 컸다. 2025년 6월 분기에는 영업이익 잠정치가 -44억 3,000만 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 대비 -149.94%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2025년 9월 분기 영업이익이 122억 5,000만 원으로 반등하면서 컨센서스 75억 원을 63.4% 상회했고, 동시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이익 체력 회복과 턴어라운드 신호가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이익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2024년 확정치 대비 2025년 전망치 기준 주당순이익은 1,531원에서 2,507원으로 약 6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예상 PER은 66.17배에서 40.41배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증가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EV와 영업이익을 반영한 EV/EBITDA는 48.18배에서 65.86배로 높아지는 추정이 제시돼 지표별 온도차가 존재한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 투자의견은 매수 3.91점 수준이고, 목표주가는 12만 1,818원이다. 현재가 103,900원 기준 약 17%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체코 원전 계약은 이러한 실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재료로 평가된다. 계약 금액이 최근 연간 매출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인 데다, 2038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매출이 인식될 수 있어 수주 가시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특성상 설계 단계 이후에도 유지보수,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 수익원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원전 정책 환경도 우호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등 원전 확대 기조를 다시 강조하고 있고,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논의가 이어지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 전반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설계 전문 기업인 한국전력기술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외 수주 전선의 핵심 참여자로 거론되고 있다.

 

차세대 원전 및 신에너지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한국전력기술은 원전 해체, 가동 원전 유지보수 등 원전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형모듈원자로 SMR 핵심 과제 주관과 자체 해양형 소형원자로 노형 반디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도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대하고 있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성장 동력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변수다. 동일 업종 평균 PER이 4.49배 수준인 데 비해 한국전력기술의 2025년 예상 PER은 40.41배로 추정돼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업이익 증가율 376.78% 등 이익 성장성이 확연한 만큼 프리미엄이 일부 정당화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성장 기대와 원전 정책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향후 주가 전망과 투자 전략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10만 원선 지지력과 11만 원대 매물대 돌파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체코 원전 계약에 따른 호재가 단기 급등으로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10만 원 안팎에서 박스권 조정을 거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미국 원전 확대 정책 구체화, SMR 개발 진척, 추가 해외 수주 공시 등 추가 모멘텀이 가시화될 경우, 지난 52주 최고가 121,700원을 넘어 13만 원대 레벨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수급 구조와 정책 변수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품절주 특성을 감안하면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매도 전환에 따라 단기간 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원전 정책 기조 변화나 해외 파트너와의 계약 조건 이슈가 나타날 경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과거 해외 원전 수주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및 계약 조건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테마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경험도 시장에서는 상기하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전력기술은 체코 원전 1조 2,508억 원 규모 설계계약을 기반으로 장기 매출 가시성을 확보했고, 글로벌 원전 확대와 SMR 개발 등 구조적 성장 모멘텀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품절주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공존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해외 수주 흐름과 정책 환경, 외국인 수급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책 방향과 글로벌 원전 시장 흐름, SMR 상용화 진척 속도가 향후 주가와 실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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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기술#체코원전#s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