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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정을 저해하는 적대 세력 대응 핵심은 팩트시트”…미국무부, 한미 경제안보 공조 강조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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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를 둘러싼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미 양국이 협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국무부 핵심 인사가 경제 안정을 해치는 적대 세력 대응 수단으로 팩트시트를 지목했고, 우리 정부는 무역 안보 패키지와 조선업 협력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맹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조나단 프리츠 미국 국무부 선임 부차관보는 16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9차 민관합동 경제포럼 영상 축사에서 "팩트시트는 불공정 정책, 투자 심사, 국제 조달 의무, 공급망 이니셔티브 등을 포함하는 경제안보 프레임워크"라며 "경제 안정을 저해하려는 적대 세력 대응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적대 세력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추진해 온 공급망 협력과 경제안보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을 지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 견제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는 또 "경제 안보는 기술과 불가분 관계"라고 강조하며, 10월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을 직접 거론했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AI, 바이오, 양자, 6G, 우주 분야의 협력을 이끌 다층적 로드맵을 마련했다"면서 "한미 양국이 첨단 기술을 계속 선도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경제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개회사에서 "최근 타결된 한미 무역 안보 패키지는 양국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안보·경제·첨단기술을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켰다"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 양국이 경제안보와 공동 번영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한미 간 경제안보 논의가 전통 안보 동맹을 넘어 산업·기술 동맹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산업 협력 분야에서는 조선업이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선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은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선박 시장에 진출한 중요한 출발점이 마련됐다"며 "조선 협력을 전담해 논의할 실무그룹 출범에 합의했고, 현재 조속히 가동하기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러한 흐름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내 법적 규제를 완화하고, 한국 전문 인력이 미국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도 조선 분야를 유망 협력 분야로 평가했다.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관 차석은 "조선은 새로 부상하는 협력 유망 분야"라며 한미 조선 협력이 양국 산업 기반과 동맹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포럼에서 제시된 팩트시트 기반 경제안보 프레임워크와 무역 안보 패키지, 조선업 실무그룹 구상은 모두 공급망 재편과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미 동맹의 무게중심이 경제와 기술 분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향후 협의 채널을 확대해 공급망, 첨단 기술, 전략 산업 협력을 세부적으로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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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프리츠#김진아#한미경제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