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밸류업지수 사상최고 후 ETP 1조원 돌파…한국거래소, 공시기업 중심 재편 예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 간담회가 15일 열리며 국내 주식시장 ‘밸류업’ 흐름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지수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관련 상장지수상품 ETP 순자산이 1조 원을 넘어서면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중장기적인 지배구조·주주환원 전환점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밸류업 공시를 축으로 한 지수 재편이 상장사 경영 관행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달 3일 1,758.3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소는 지수 성과와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이날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10개 상장사가 참석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주주 소통 방향을 점검했다.

참석 기업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병행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밸류업 공시 참여를 통해 구체적인 중장기 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에 제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가 경영환경과 지배구조에 미칠 파급효과를 내부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사들의 공시 이행률도 빠르게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는 14일 기준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사 100개 가운데 65개사가 이미 밸류업 공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내년 6월 정기심사부터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밸류업 공시기업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재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을 지수 구성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 공시 이행 정도에 따라 편입과 비중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상장사들은 결산 실적이 확정된 이후 배당 정책, 자사주 활용, 사업 구조 재편 등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시장에서는 지수 편입과 투자 수요 확보를 위해 상장사들이 배당성향 상향, 지주사 전환, 비핵심 자산 정리 등 다양한 밸류업 시나리오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 수요 측면에서는 관련 ETP 상품과 외국인 수급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이후 상장지수상품 ETP 13종의 순자산 총액 AUM이 올해 11월 말 1조 원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약 5천110억 원 수준이던 밸류업 관련 ETP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1조1천45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해외 투자자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정 이사장은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도 출시 당시 7.8%에서 24.8%로 크게 확대되는 등 시장과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수와 연계된 ETP를 통해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밸류업 전략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와 자본시장 선진화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공시와 지수 재편이 결합될 경우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시 내용의 실질성과 이행 여부에 대한 검증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단기적인 주가 부양 수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와 맞물려 경영권 분쟁이나 단기 성과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공시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체계적·효과적으로 주주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라며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기업들의 선제적 참여를 요청했다. 한국거래소가 예고한 단계별 지수 개편과 상법 개정 논의, 상장사 결산 일정이 맞물리면서 내년 상반기 국내 증시는 밸류업 전략의 실질적 성과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국과 시장의 시선은 내년 6월 정기심사 이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재편 결과와 관련 기업들의 후속 실행 계획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