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 대화 끊긴 지 7년"…정동영 "2026년을 평화공존 원년으로"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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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의 장기 단절과 통일 정책의 향방을 둘러싼 물음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북 공식 접촉이 끊긴 지 7년이 되는 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대화 복원과 교류협력 재개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동작구에 위치한 원불교 소태산기념관을 찾아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오늘은 남북의 공식 접촉이 끊긴 지 만 7년이 되는 날"이라며 "2026년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자는 비상한 각오로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단절 상황을 되짚으며 대전환을 예고한 발언이다.

정 장관은 "다시 남북 교류협력의 역사를 열어젖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당국 회담이 2018년 12월 18일 체육회담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접 언급하면서, 대화 채널 복원을 새 정부 통일 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 이뤄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장관은 "정말 어리석은 결정으로 그 폐해와 폐단이 민족 전체에 미쳤다"고 말해, 대북 경제협력 중단 조치가 한반도 정세와 민생에 부정적 영향을 남겼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계속됐다면 정세야 유동적이지만 얼마나 상황이 제어될 수 있었겠느냐"고 아쉬움을 표했다.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이 유지됐다면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이 지금과는 다른 궤적을 걸을 수도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 직후 중단됐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조치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종교계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정 장관이 통일 문제에 조예가 깊고 경륜도 있으니 재임 중 막힌 것이 뚫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통일부의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나 교정원장은 또 "종단 대표들이 모이면 당국 간 교류가 안 되면 종교 간 교류부터 먼저 시작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보자고 제안한다"며 "그러한 면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간 대화가 교착된 상황에서 민간·종교 교류를 통해 우회로를 찾자는 제안이다.

 

정 장관은 통일부의 정책 기조도 민간 주도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부의 기조도 선민후관"이라고 밝히며 "민간이 앞서가도록 지원하고 돕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종교·시민사회 등 민간 교류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남북 접촉 단절 7년을 계기로 통일부가 교류협력 복원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미 관계, 국제 제재 체제, 국내 여론 등 변수도 적지 않아 실제 정책 전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향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협의를 이어가며 민간 교류 재가동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회도 내년 회기에서 남북 교류협력 관련 예산과 제도 개선 문제를 놓고 본격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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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통일부#원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