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드7에 힘 싣는 멀티 폼팩터…삼성, 폴더블 주도권 재확인
폴더블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시장의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폴드7을 앞세워 3분기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을 64퍼센트까지 끌어올리며,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에서도 주도권을 굳히는 양상이다. 내년부터는 하드웨어 완성도와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경험이 결합되면서 폴더블폰이 프리미엄 교체 수요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2026년 애플의 진입을 ‘폴더블 경쟁의 2막’으로 보면서, 삼성의 멀티 폼팩터 전략이 향후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3분기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퍼센트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5퍼센트로 집계됐다. 아직 틈새 시장이지만 성장 속도와 프리미엄 비중을 감안하면 전략 제품군으로서의 위상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분기 성장은 북 타입과 클림셸타입 두 가지 폼팩터가 동반 견인했다. 갤럭시 Z 폴드 시리즈와 화웨이 메이트 시리즈처럼 책처럼 펼치는 북 타입은 큰 화면을 통한 멀티태스킹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갤럭시 Z 플립과 모토로라 레이저60 시리즈로 대표되는 조개껍데기 형태의 클림셸타입은 휴대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수요를 흡수하며 출하량을 키웠다. 특히 모토로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강력한 유통 파트너십, 사용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바탕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삼성의 영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갤럭시 Z 폴드7은 더 얇아진 프레임과 경량화된 하드웨어, 힌지 내구성 강화, 접는 부분의 주름이 덜 보이는 패널 구조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 같은 물리적 개선이 프리미엄 사용자의 심리를 자극하며 예상보다 강한 판매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폴드7 효과로 삼성의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56퍼센트에서 올해 64퍼센트로 8퍼센트포인트 상승했고, 출하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2퍼센트 급증했다.
중국 업체들도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을 통해 격차를 좁히고 있다. 2위인 화웨이는 메이트 시리즈를 앞세워 15퍼센트 점유율을 유지하며 내수와 일부 해외 시장에서 꾸준한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아너와 비보도 각각 6퍼센트, 4퍼센트 점유율을 기록하며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입지를 확대했다. 모토로라는 7퍼센트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통 강호와 신흥 브랜드 사이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전체적으로 2위 그룹의 분량이 커지며 삼성을 추격하는 다자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시장 전망은 우상향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5년 연간 폴더블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퍼센트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드웨어 완성도 개선과 더불어 애플의 시장 진입 기대가 프리미엄 수요를 자극하면서 성장세가 한 단계 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화면 크기 확대에 따른 생산성 향상, 내구성 개선을 통해 일상용 메인 기기로 선택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여지도 크다.
2026년은 폴더블 시장이 ‘확장 국면’에 본격 진입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힌지와 패널 구조 고도화로 두께와 무게가 줄고, 충격과 접힘 반복에 대한 내구성이 더 향상되면 폴더블 특유의 불편함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여기에 온디바이스 인공지능과 연동된 멀티 윈도우, 폴딩 각도에 따른 맞춤 인터페이스 등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더해지면, 일반 바형 스마트폰과의 사용성 차이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같은 해 하반기 주요 신규 진입자로 거론되는 애플은 탄탄한 아이폰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핵심 시장에서 프리미엄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폴더블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멀티 폼팩터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화면을 두 번 접는 멀티 폴드 구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이를 넘나드는 새로운 사용 시나리오를 겨냥했다. 앞서 화웨이의 첫 트라이폴드폰 메이트 XT가 멀티 폴드 디스플레이의 개념을 제시하는 수준이었다면, 삼성의 트라이폴드는 내구성, 힌지 구조, 소프트웨어 사용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실전형 실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즈 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부이사는 삼성의 트라이폴드 전략을 시장 테스트용 파일럿으로 규정했다. 그는 삼성의 첫 트라이폴드 모델은 매우 제한된 물량으로 출하되겠지만 목표는 판매 규모가 아니라며, 2026년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입으로 경쟁 구도가 크게 변하기 전에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이번 출시는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내구성과 힌지 메커니즘,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실사용 환경에서 검증하고, 사용자 인사이트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결국 폴더블 시장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기술 완성도와 함께 폼팩터 다양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중국 업체들이 북 타입, 클림셸타입에 이어 트라이폴드 등 멀티 폼팩터 실험을 확대하는 가운데, 애플이 어떤 형태와 사용자 경험으로 승부에 뛰어들지에 따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도 재편 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폴더블이 틈새를 넘어 주류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